[누리호 발사 부분 성공] 대한민국, 7번째 우주강국 반열에 오르다

2021-10-21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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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첫 발사 성공...고도 700㎞에 위성 안착은 실패

원하는 시기에 중형 위성 쏘아 올릴 수 있는 우주 선진국 합류했다 평가

우주로 향해 가는 누리호. [사진=공동취재단]
 

순수 한국 기술로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첫 발사에서 주요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성공 가능성 30%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만반의 준비를 거쳐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한국 우주 기술의 발전상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쾌거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1톤(t)급 인공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기술을 갖춘 세계 7번째 국가가 됐다.

21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이날 17시에 나로우주센터 제2 발사대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발사 후 16분 7초(967초)가 지난 후 고도 700㎞ 태양정지궤도에서 위성 모사체(더미위성)를 분리한다는 주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더미위성을 태양정지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에는 실패해 당초 목표를 100% 달성하지는 못했다. 2차 발사에서 100% 성공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누리호는 발사 127초가 경과된 후 1단 발사체를 분리했고, 233초가 지나 위성 모사체를 덮은 페어링(덮개)을 제거한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했다. 이어 발사 274초 후 2단 발사체 분리에도 성공했다. 이후 고도 300㎞를 통과한 데 이어 발사 약 720초 후 고도 700㎞에 도달해 3단 발사체의 엔진을 정지했다.

누리호가 첫 발사에서 발사 목표를 대부분 달성한 비결로는 항우연과 민간 기업이 발사 성공을 위해 지난 11년 동안 만반의 준비를 한 것이 꼽힌다.

항우연은 누리호 발사를 위해 연료를 소진하는 연소 과정에서 섭씨 3400도의 온도와 60기압의 압력으로 인해 발사체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12차례 엔진 구조 변경과 20여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75t급 엔진 4기를 하나로 묶어 300t급 성능을 내는 클러스터링을 1단 발사체에 도입하는 게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4기의 엔진 중에서 1기라도 이상 작동하면 균형이 깨져 발사가 실패할 수도 있는 문제가 생겼다. 이 문제도 184회에 걸쳐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하는 종합연소시험을 통해 해결했다.

또한 지속해서 모의 발사 상황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실제 발사에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누리호는 정부가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총 1조9572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다. 지구 표면에서 우주 공간의 정해진 위치까지 인공위성을 이동시키는 게 목표다. 러시아와 협력해 개발한 '나로호'와 달리 발사체 제작과 발사 운영 전 과정을 국내에서 독자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실용위성급 우주발사체라는 것에 의의가 있다.

누리호의 연구·개발과 생산에는 국내 발사체 기술 관련 산·학·연의 역량이 결집되어 있다. 주관기관인 항우연이 발사체 시스템 개발을 총괄해 발사체 핵심 기술과 발사장·조립장 등 기반 시설을 만들었고, 국내 대학은 발사체 관련 기초 기술을 연구하고 관련 인력을 육성했으며, 산업체는 누리호에 탑재된 부품과 각종 시스템을 제작하고 발사체 총조립을 담당했다.

미사일과 비슷한 구조로 작동하는 특징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군사 전략 측면에서 관리하며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 특히 1t급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능력이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프랑스(EU), 중국, 일본, 인도 등 6개국뿐이었다.

이번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자체 기술로 원하는 시기에 중·대형 위성을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우주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중·대형 위성을 쏘려면 타국에 회당 수천억원의 비용을 내야 했고, 이마저도 발사 시기를 지정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위성을 쏘길 원하는 3세계 국가들도 우주발사체의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항우연에 누리호의 성공을 민간에 이전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누리호의 발사 성공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의 계기가 되도록 정부가 우주 생태계 육성과 산업화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민간 기업의 상업적 우주 활동을 지원하는 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주발사체 기술 개발에 투자한 국가는 2006년 20개국에서 2016년 30개국으로 증가했다. 우주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민간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과 자금 지원으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반세기 동안 축적한 기술 지원을 받은 스페이스X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번 발사 경험을 밑거름 삼아 내년 5월 누리호 2차 발사를 한 후 데이터 분석과 문제점 보완 과정을 거쳐 2024년, 2026년, 2027년에도 추가로 누리호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누리호가 스페이스X의 '팰컨1'처럼 지속 가능한 우주발사체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누리호 기반의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플랫폼이 완성되면 국내 우주 산업도 한층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민간 주도의 발사체·위성 개발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은 지난 1993년부터 위성 개발에 투자했고, 2001년부터 발사체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2013년부터는 우주 개발에 관련된 정부 예산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우주 선진국인 미국, 러시아, EU, 중국, 일본, 인도 등과 비교하면 예산과 인력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야별 투자 비중(2020년)을 보면 발사체(37.9%)와 위성(37.6%) 개발에만 집중되어 있고, 위성 활용(14.1%)과 우주 탐사(5.3%) 같은 응용 분야는 아직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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