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발사대에 선 누리호..."비정상 비행도 밑거름, 반드시 발사 성공"

2021-10-20 18:10
  • 글자크기 설정

연소불안정, 클러스터링, 탱크제작 등 지상에서 확인된 문제 모두 해결

단 분리 등 실제 발사해야 알 수 있는 문제도 있어...첫 발사에서 관련 데이터 수집

1·2차 발사로 관련 문제 해결, 2024년 이후 실제 위성 쏘아 올린다

나로우주센터 제2 발사대에 기립한 누리호.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순수 한국기술로 만들어진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마침내 발사대에 섰다. 발사를 하루 앞두고 현장에선 긴장된 분위기가 흐른다. 한국형 발사체의 발사 성공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계에선 설령 이번 발사에서 비정상 비행이 관측되더라도 발사 실패라고 할 수 없으며, 지속해서 데이터를 축적함으로써 무게 1t 이상의 위성을 안정적으로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우주강국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날 오전 전라남도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 위치한 제2 발사대로 이송되어 세워진 후 발사를 위한 최종 점검과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7시 20분 나로우주센터 발사체 종합조립동에서 무인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발사대로 옮겨진 누리호는 오전 11시 30분경에 발사대 기립과 고정 작업이 완료됐다. 오후에는 추진제(연료+액체산소) 주입을 위한 엄빌리컬(복합 케이블)을 연결하고 기밀 점검 작업을 진행했다.

누리호는 발사 예정일인 21일 오전 연료와 추진제를 주입한 후, 오후에 발사관리위원회가 기상 상황과 대기권 내 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최종 발사 승인을 한다. 다만 초속 21m 이상의 바람이 불거나 구름이 끼는 등 기상 상황이 안 좋을 경우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발사 시기를 연기할 수도 있다. 예비 발사 일정은 오는 28일까지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0일 오전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로 옮겨져 기립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발사성공을 위해 발사체 개발 주체인 항우연은 지난 11년 동안 만전을 기했다. 항우연은 발사체 개발 도중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로 연소불안정, 클러스터링(엔진 연결), 추진제 탱크 제작 등 3가지를 꼽았다.

연소불안정은 연료를 소진하는 연소 과정이 불완전해 발사체가 제대로 발사되지 않는 현상이다. 엔진이 과열되면 섭씨 3400도의 온도와 60기압의 압력이 일어나는데, 이때 온도와 압력이 너무 높다 보니 탱크의 연료가 엔진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연료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현상이 일어났다. 2014년 발견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항우연은 12차례에 걸친 엔진 구조 변경과 20여차례의 시험을 진행했다.

연소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기술이 75t급 엔진 4기를 하나로 묶어 300t급 성능을 내는 클러스터링 기술이다. 이를 중력을 돌파하기 위한 1단 발사체에 적용했다. 하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4기의 엔진에 같은 분량의 연료가 공급되어 안정적으로 연소가 이뤄져야 하는데, 1기라도 이상 작동하면 균형이 깨져 발사가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4기의 엔진이 하나처럼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종합연소시험을 지속해서 진행한 끝에 지난 3월 안정적인 작동이 가능하다는 최종 확인을 받았다.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보관하는 추진제 탱크 제작도 어려움으로 작용했다. 누리호에는 1·2·3단을 합쳐 총 6개의 추진제 탱크가 탑재되는데, 발사체의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하기 위해 추진제 탱크를 최대한 얇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1·2단 발사체는 두께 3㎜로, 3단 발사체는 1.5㎜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항우연은 75t급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해 184회에 걸쳐 1만8290초 동안 연소시험을 했다. 위성이 태양동기궤도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게 돕는 7t급 엔진도 93회에 걸쳐 1만6925초의 연소시험을 거쳤다.

발사체 개발 주무 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도 비상이 걸렸다.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공무원 20여명이 나로우주센터에 합류해 최종 점검에 참여했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회 과방위 종합국감 일정을 소화한 후 발사 당일에 현장에 합류한다. 용홍택 과기정통부 1차관은 이날 오후 나로우주센터에 내려가 발사관리위원회에 참석해 최종 점검을 진행했다.
 

20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오승협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 부장이 누리호 발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이렇게 만전의 준비를 했음에도 과학계에선 누리호의 정상 비행(발사 성공) 가능성을 30~40%대로 예측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새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률은 30%대에 불과하다. 미국, 러시아 등 잔뼈가 굵은 국가도 초기 발사 성공률은 40%를 넘지 못한다.

일례로 민간 우주기업 중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는 스페이스X도 팰컨1을 쏘아 올릴 때 5번의 시도 중 3번을 실패했다. 한국과 러시아가 함께 개발한 나로호는 2009년 1차 발사에서 페어링의 비정상 분리로 발사에 실패했고, 2010년 2차 발사에선 1단 비행 중 통신이 끊겨 추락했다. 만반의 준비를 거쳐 2013년 3번째 발사에서 우주로 가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첫 발사의 성공률이 낮은 이유는 지상에서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실제 발사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2·3단 발사체를 분리하는 '단 분리' 과정은 지상에서 검증이 불가능하다. 많은 사전 시뮬레이션을 한 후 직접 우주발사체를 쏘아 올려 실제로 어떤 문제가 일어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1단·페어링(위성덮개)·2단 분리는 제주추적소에서, 3단 엔진 종료와 위성 모사체 분리는 서태평양 팔라우 추적소에서 확인·추적한다.

누리호가 비정상 비행으로 위성 모사체를 궤도에 올리지 못하더라도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다. 나로호 역시 두 번의 비정상 비행 끝에 세 번째에 성공했다. 그 경험과 노하우가 누리호로 이어진 것처럼 첫 발사의 경험과 노하우도 내년 5월 2차 발사로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나로호가 실제 위성을 탑재했다가 비정상 비행을 한 것으로 인해 예산 낭비 지적을 받은 것을 고려해 누리호에는 실제 위성이 아닌 형태만 갖춘 더미 위성이 실렸다. 2차 발사 때에는 여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리는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 1.3t의 더미 위성과 0.2t의 성능 검증 위성이 탑재된다.

두 번의 발사 이후 1년에 걸친 데이터 분석과 문제점 보완 과정을 거쳐 2024년, 2026년, 2027년 발사 때에는 실제 인공위성을 탑재한다. 이를 위해 6879억원의 사업비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끝냈다. 설령 첫 발사 때 비정상 비행을 보이더라도 향후 3번 연속으로 정상 비행에 성공한다면 누리호 첫 발사는 우주 시대를 열기 위한 '성공적인 실패'로 역사에 기록될 전망이다.

한편, 누리호 발사성공 여부는 발사 후 16분 7초(967초)경에 드러날 전망이다. 발사 후 127초가 지나면 1단 발사체를 분리하고, 233초가 지나면 위성 모사체를 덮은 페어링을 제거한다. 274초가 경과되면 2단 발사체가 떨어져 나간다. 이어 967초가 경과되면 탑재한 위성 모사체를 목표로 한 고도 700km 태양정지궤도에 위치시킬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