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반도체 비전 2030 성공하려면 ‘무자비한 면모’ 발휘해야”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1주기를 앞두고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 일가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 방향과 과제를 집중 조명하는 특집 기사를 실어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7일(현지시간)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제조 분야를 장악하려 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시장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우위를 점하려 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최첨단 반도체 시장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1' 행사에서 내년 상반기에 차세대 GAA(Gate-All-Around) 기반의 3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에 들어가고 2025년엔 GAA 기반의 2나노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9년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연구개발(R&D) 및 생산기술 확충에 총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를 비롯한 비(非)메모리 사업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천명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5500억 달러(약 650조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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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이 던진 반도체 비전 2030 승부수가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가 삼성과 한국, 전 세계 반도체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밝지만 성숙한 산업이라는 우려도 내부적으로는 나온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애플과 같이 서비스 사업을 육성할 수 있겠지만, 삼성전자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산업으로 진출하려는 노력은 그동안 산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삼성전자에 하드웨어 중심의 문화가 깊게 뿌리 박힌 탓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줍고, 점잖고, 통찰력 있는 성격으로 알려진 이 부회장이 성공을 담보하려면 '가차 없는(ruthlessness)'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분야에서 이 부회장의 야심 찬 목표가 현재로서는 진전이 더딘 편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점유율은 15%가량으로 대만 TSMC의 50%와 격차가 크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매출은 전체 매출의 7%에 그쳤다.

이에 반도체 부문에서 대형 인수합병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망했다. 현재 100조원 규모의 순수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할 만한 ‘빅딜’을 시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법정 향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