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은 이중채무자가 10명 가운데 4명으로 나타났다. 역대 최대 수준이다. 게다가 최근 변동금리 비중은 80%에 이른다. 금리 인상기 다중채무자의 이자가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억눌려 있던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은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지난 1분기 신규 주택담보대출자(은행·비은행) 가운데 신용대출 '동시 차입' 상태인 대출자 비중은 41.6%로 집계됐다. 주담대를 받은 사람 중 이미 신용대출을 보유하고 있거나,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은 사람이 100명 중 42명이라는 의미다. 2012년 2분기 해당 통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대출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신용대출 동시 차입자의 신규주택 담보대출액이 전체 주택 담보대출의 47.3%를 차지했다. 신규 주담대가 아닌 누적 기준으로는 1분기 말 현재 주담대 대출이 있는 전체 차주의 43.9%가 신용대출을 함께 받고 있었다.
여러 종류의 대출을 여러 금융기관에서 동시에 빌린 다중채무자는 향후 대출금리가 상승하면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현재는 저금리와 각종 이자·원리금 유예 조치가 연체율을 0.3~0.6%포인트 억누르고 있어 전반적으로 연체율이 낮은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각종 유예 조치가 끝나는 순간 억눌려 있던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
특히,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내년 초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이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한은의 지난달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한은이 향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지난해 말보다 6조원 가까이 불어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출자 1인당 연이자 부담은 지난해 271만원에서 0.25%포인트 인상시 286만원, 0.5% 인상시 0.5%포인트 301만원으로 각각 15만원, 30만원씩 뛴다.
변동금리 비중이 80.4%에 달하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지난 8월 기준 은행권 신규 가계대출의 고정금리 비중은 19.6%에 불과하다. 변동금리는 시장금리가 오를 때 신용 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 상승 영향을 받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더 큰 폭으로 뛸 수밖에 없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18일부터 적용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는 연 3.031∼4.67% 수준으로, 8월 말(2.62∼4.19%)과 비교해 불과 한 달 보름 사이 하단과 상단이 각 0.411%포인트, 0.48%포인트 높아졌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가계부채 리스크 현황과 선제적 관리 방안' 보고서에서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 종료가 취약 가구에 충격이 되지 않도록 점진적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상환 시점의 탄력적 조정, 대환 대출 전환, 장기 분할 상환 등 점진적 상환 방식을 도입하는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