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 코로나19 돌파감염으로 별세...인종차별 벽 깬 첫 흑인 美 국무장관

2021-10-19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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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합병증으로 향년 84세의 나이에 눈을 감았다. 그는 흑인 최초로 미국 합동참모본부의장(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모두 지낸 입지전적 인물이다. 18일(현지시간) 파월 전 장관의 유족은 페이스북 성명을 통해 파월 전 국무장관의 사망을 알리며 "우리는 다정한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이자 위대한 미국인을 잃었다"라고 밝혔다.

파월 전 장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나, 고령의 나이와 함께 기저질환을 앓으며 면역력에 취약했던 탓에 돌파 감염(백신 접종 후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3년간 혈액암의 일종인 골수종 치료를 받아 왔으며 파킨슨병 역시 투병 중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는 고(故)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왼쪽).[사진=연합뉴스]


파월 전 국무장관은 아버지 부시로 알려져 있는 조지 H.W. 부시 당시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을 지낸 뒤 아들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탁으로 미국 역사상 첫 흑인 국무장관이 되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이전 미국 정계 내에서 흑인으로 가장 높은 지위까지 올라가며 미국 공화당의 첫 흑인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파월 전 국무장관은 1989년 52살의 나이로 최연소 합참의장이자 첫 흑인 합참의장으로 임명된 뒤 성공적으로 걸프전을 진두지휘하며 미국인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걸프전에서 그는 미국은 군사 행동을 취하기 전 △국가 안보가 실제적으로 위협받고 있는지 △군사 행동이 진정으로 미국인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고 있는지 등의 8가지 질문에 대해 확실하게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인 이른바, '파월 독트린'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그는 군사 행동을 개시하기 전에 최대한의 정치·경제·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불가피하게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할 경우 압도적인 능력으로 가장 빠른 시일 안에 승리를 해야 한다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다만, '파월 독트린'을 정립했던 그가 아들 부시 행정부에서 첫 흑인 국무장관을 역임하면서 4400여명의 미군 전사자를 낸 이라크전 개시를 결정한 것은 정치 인생에서 오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003년 당시 파월 전 국무장관은 유엔(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는 같은 해 3월 개시한 이라크 전쟁(제2차 걸프전)의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그는 이라크전 개전에 대한 비판을 받으며 2005년 국무장관직을 사임했고, 같은 해 CNN 인터뷰에서 당시의 연설이 자신의 경력에 남은 '확실한 오점'이라고 후회하며 "이는 언제까지나 내 기록 중 일부가 될 것"이라며 고통을 토로하기도 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에게 후임 자리를 넘겨준 그는 이후 미국 공화당의 우경화에 실망하며 2008년 미국 대선에선 민주당 소속 대통령 후보였던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을 공식적으로 지지하기도 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파월 전 국무장관의 사망에 애도를 보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인종적 장벽을 허물고 다른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던 파월 전 장관은 다음 세대를 위해 평생을 헌신했다"라며 "그는 위대한 미국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도 "콜린 전 장관은 미국의 가장 중요한 가치에 대해 이해했으며, 이를 이루기 위해 그의 삶과 커리어를 바쳤다"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고(故)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003년 2월 당시 유엔 안보리에 출석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생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있다고 연설하는 모습. [사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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