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스페셜 칼럼] 코로나 공존시기, 인간관계와 국제관계에 대한 숙고

2021-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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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순 이사장]



우리에게 낯설게 다가왔던 코로나 바이러스는 유감스럽지만 올 겨울에도 우리의 곁을 떠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마스크와 너무나도 친숙한 삶을 살고 있다.

마스크를 쓰면 너무 답답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마스크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코로나 시대를 살면서 우리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생활 패턴이 생겼고, 몇 가지 낯선 생활 패턴은 코로나 시대의 생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생겨난 네 가지 낯선 생활 특징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첫 번째 생활 특징은 ‘단절’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 시대에 마스크는 우리가 사회 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챙겨야 하는 필수품이 되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고,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도 없다. 사람들을 만나서 식사나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 항상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해야 한다. 마스크는 인간관계에서 자연스럽게 단절의 의미가 되었다.

두 번째 생활 특성은 ‘무관심’이다.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다. 외출 중에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이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외출을 해도 옆에서 누가 지나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습관도 생겼다.

세 번째 생활 특징은 ‘고립’이다. 코로나 시대가 되면서 우리는 스스로를 고립된 생활에 빠지게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공포감으로 우리는 만나야 할 사람들을 제한하고, 만나는 회수를 줄이며, 부득이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들을 추려냈다. 대폭 줄어든 인간관계로 가까웠던 친구나 지인들과의 만남은 우선순위의 맨 앞에서 맨 뒤로 밀려났고, 스스로를 고립시켰다.

네 번째 생활 특징은 ‘비효율’이다. 코로나 비대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우리는 비효율적인 화상 회의에 너무도 익숙해져 있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들은 전화로 소통해도 충분한 감정을 전할 수 있고, 서로 교감할 수 있지만, 낯선 사람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소통한다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인내를 요구한다.

여러 사람들이 화상 회의를 통해 서로의 의사를 원활하게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화상 회의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발언을 하는 발언자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도 어렵고, 발언을 하면서 청중들의 반응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은 처음부터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사 뛰어난 사회자의 효율적인 진행이 있다고 해도, 전체 참여자의 적극적인 호응이나, 혹은 상호간의 깊은 이해와 소통을 기대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회의 현장에서 함께 토론하며 즉시에 상호간의 관점 차이를 좁히면서 중요한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화상 회의의 가장 큰 약점이다.

마스크로 상징되는 코로나 시대,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 대한 새로운 생활 패턴 특징을 요약하면 ‘단절’, ‘무관심’, ‘고립’, 그리고 ‘비효율’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은 해야 한다는 것이고, 특히 국제관계에 있어서의 소통은 더욱 필요하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세 가지 국제관계 특징

개인과 개인간의 인간관계는 충분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충분한 소통을 통해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상호간 기본적인 신뢰감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과 개인이 서로에게 믿음을 주고 받는 친구가 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사실 신뢰 구축은 충분한 소통이라는 시간적인 투자와 오해의 간극을 좁히는 공간적인 인내심을 요구한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지만, 또한 투자하고 인내할 소중한 가치도 있기 때문이다.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이자 목표는 믿을 수 있는 친구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개인간의 관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는 소통과 인내를 통한 신뢰구축, 즉 친구가 되는 것이다. 국가와 국가간의 국제관계에서도 그렇지 않을까? 국가간 경쟁과 협력, 갈등과 대립이 존재하지만, 그러나 역시 인간관계에서처럼 국제관계에서도 충분한 소통과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인내가 필요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소통은 중단되지 말아야 한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도 개인과 개인의 인간관계에서처럼 몇 가지 새로운 특징이 발견되고 있다. 첫째는 역시 ‘단절’이다. 국가간 왕래가 코로나 시대 이전보다 현저하게 줄었다. 국가간 만남에도 코로나 확산의 공포로 인하여 마스크는 역시 필수품이 되었고, 만남의 횟수가 줄어든 만큼 국가간 단절의 간격도 멀어졌다.

둘째는 ‘장벽’이다. 국가간 관계에서 상호 협력의 중요한 아젠다는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방어적으로 변했다. 우선 고려하는 것은 자국민들의 안전이 되었고, 방어적이고 배타적인 국제관계는 코로나 시대에 지구촌의 새로운 패턴이 되었다. 선진국간에 코로나 백신 쟁탈전이 벌어졌고, 지금도 백신을 구하지 못하는 국가와 국민들은 절망에 빠져있다.

셋째는 ‘불통’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국가간의 관계가 교류보다는 단절로, 상호 협력보다는 방어적이고 배타적인 흐름을 보이게 되면서, 국가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개인과 개인의 국제교류마저도 제약을 받게 되었다. 이는 개인과 개인의 소통 축소보다도 더 악화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는 지금 불통의 국제관계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 인류의 두 가지 도전에 대한 해법 찾기

우리는 코로나 시대에 두 가지 서로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하나는 ‘단절’, ‘무관심’, ‘고립’, 그리고 ‘비효율’의 도전을 받고 있는 개인과 개인간의 인간관계이다. 다른 하나는 ‘단절’, ‘장벽’, ‘불통’의 도전을 받고 있는 국가와 국가간의 국제관계이다. 이 두 가지 도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과제이자 장애물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

인류에게 다가온,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도전 과제의 해법 찾기는 세 가지 측면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는 모두가 참여해야 하고,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인간관계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국제관계적 측면에서도 고려해 볼만한 실천 과제라는 생각이다.

첫째, 문제의 본질을 보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류 공존’이라는 인류의 존재 가치를 제일 먼저 부각시켜야 한다. 인류 공존에 대한 목표는 인류가 역사를 써 내려오면서 추구했던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개인의 인간관계는 친구가 필요하고, 국제관계는 인류 공존의 소중한 가치를 최우선 순위로 두어야 한다. 코로나 확산을 막는 방법은 인류 공존의 가치가 최우선 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하기 때문이다.

둘째, 문제의 현상을 직시해야 하기 때문에, ‘인류 공존’의 가치를 실현하려면 지금 서둘러야 할 것은 ‘소통 강화’이다. 인류 공동의 적인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철저한 발병 원인 분석, 확산 방지, 돌파 감염 예방 등에 있어서 매우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단절과 장벽, 그리고 불통은 개인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인류 공존의 가치를 해치는 인류의 가장 큰 적이 되고 있다.

셋째,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인류 공존의 가치 실현을 위한 소통 강화에 있어서 분명한 장애물부터 걷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순 제거’를 서둘러야 한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모순과 이로 인해 생겨난 갈등은 인간관계와 국제관계에서 명백한 장애물이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아줄 백신은 편중된 국가들의 소유물이 되었고, 가난한 국가들은 코로나 시대에서 철저하게 소외 당하고 있다. 우리는 현존하는 인류의 대부분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쳐야 코로나 확산의 위협에서 벗어날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지구촌의 현실은 우리가 거부해야 할 세 가지 모순에 무감각한 상태이다. 이 세 가지 모순 현상은 코로나 백신의 선진국 편중화 현상, 돌파감염 예방에 대한 명백한 양극화 현상, 그리고 가난한 국가들에 대한 철저한 백신 소외화 현상이다.

이 세 가지 모순 현상을 서둘러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계속해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공존하는 자기 방어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인류의 인권과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지만, 인류의 인권과 생존권을 포기하고 있는 것은 인류 자신이 아닐까?

코로나로 인해 유발되었던 인간관계와 국제관계의 단절, 장벽, 불통의 시대는 인류 공존의 가치를 되살리고, 소통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모순을 타파하는 과정에서 극복할 수 있다. 인류의 평화와 인류 공존, 인류애를 말했던 우리 모두는 지금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인류 공존에 대한 해법 찾기를 실천해야 한다.

** 이 내용은 2021년 10월 21일 중국 차하얼학회, 길림대학 인권연구센터, 서북정법대학 인권연구센터에서 주최한 비대면 화상 형식의 “한중일 경제권과 건강권 지키기 국제포럼”에서 발표될 원고입니다.


김상순 필자 주요 이력 

▲대만대 사회학석사 ▲북경대 국제관계학 박사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중국차하얼학회 고급연구원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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