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가 13일 출범, 첫 회의를 열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이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지원하는 기구다. 앞으로 코로나19와 함께 사는 삶, 위드(with) 코로나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여기서 1차적으로 ‘단계적 일상회복’을 현실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경제민생 △교육문화 △자치안전 △방역의료 4개 분야에서 방역체계 전환, 일상회복 지원 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첫 회의에서 김부겸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당장 마스크를 벗어던지자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 단계에서 가능하지 않습니다. 일상회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방역과 일상의 조화를 차근차근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코로나19를 더 이상 미지의 공포가 아닌, 통제가능한 감염병으로 바꿔내고, 국민 여러분께 소중한 일상을 되돌려 드리는 준비를 하자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는 다른 세상을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달라졌다. 일상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개인 뿐 아니라 국가, 사회, 회사, 가정, 가게에도 일상이 있다.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을 회복하는 것과 함께 다르게 살아야 하는 삶의 방식, 달라진(질) 일상에 대한 논의를 해야하지 않을까. 팬데믹은 개인의 일상 뿐 아니라 인류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국제 질서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이 위원회는 민(民)이 우세한 민관합동 기구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공동위원장이다. 정부측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해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부‧중소기업부 장관‧국무조정실장‧질병청장 등 ‘당연직’ 정부위원 8명이다. 민간위원은 30명이다. 위원장 포함 전체 40명 중 관(9명)보다 민(31명)이 훨씬 많다. 위드 코로나->포스트 코로나, 민간의 상상력이 절실한 때에 일단 민이 주도(해야)하는 위원회라 다행이다.
▶민간위원을 대표하는 최 석좌교수는 융·복합, 통섭의 최고 권위자다. 까치, 개미를 연구하는 동물학자이지만 다양한 분야를 종횡무진 넘나든다. 정치적으로도 자유롭다. 정권 가리지 않고 많은 아이디어를 내왔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립생태원장을, 현 정부에서는 2018년부터 기획재정부 중장기전략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았다. 코로나 일상회복 지원에만 생각을 빌리기에 아까운,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디자인할 상상력의 소유자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시작 이후 줄곧 그는 “코로나19는 인간이 초래한 것인만큼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때”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포스트 코로나의 큰 그림을 그릴만하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위원회가 앞으로 1년 동안 운영된다는 점이다. 정권 막바지에 만들어진 위원회가 대선 이후 다음 정부까지 계획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개각으로 정부측 인사들이 바뀔 수 있고, 무엇보다 내년 3월 대선 이후 새 정부 첫 개각에서 위 정부측 위원들은 다 바뀐다. 그런데 어떻게 1년이 가능할까? 민간위원 위촉기간이 2022년 10월 12일까지 1년이기 때문이다. 대선 등 정치적 일정과 상관없이 코로나19 이후의 세상을 대비하는 대한민국의 상상력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할 시간을 보장받은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 분야를 확대, 재계까지 폭을 넓혀 젊은 기업인들을 참여시키면 어떨까. 또 현장에서 실현 가능한 역동성을 강화하면 바람직할 듯 싶다. AI·블록체인·빅데이터·메타버스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전문가들과 핀테크, 프롭테크 등 다양한 스타트업 창업자, ESG 사회혁신가 등 청년층을 포함하는 ‘포스트 코로나 주니어 보드(청년위원회)’를 실무그룹 성격으로 꾸려도 괜찮을 듯싶다. 상상력 충만한 싱싱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질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을 더 잘 살아낼, 상상력 가득한 생각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