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년에도 확장 재정 편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위원회(IMF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방문했다. 3대 국제금융기구 총재와 양자 면담을 진행한 홍 부총리는 우리나라의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 계획과 통화·재정 정책 등에 대해 설명했다.
홍 부총리는 최근 IMF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 전망대로 4.3%로 유지한 것과 관련해 "세계전망의 하향 조정 가운데 한국의 성장 전망 유지는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IMF는 최근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선진국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폭 끌어내리면서도 한국은 기존 전망(4.3%)을 유지했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악재에서 우리나라는 한발 빗겨 서 있다고 본 것.
홍 부총리는 저소득국 지원기금(PRGT) 재원 확충에 4억5000만 특별인출권(SDR)을 공여하고 IMF 내 회복·지속가능성 기금(RST) 신설을 지지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PRGT 공여와 RST 신설 지지 등을 환영하며 저소득국 지원을 위한 한국의 지속적인 역할 확대에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국경 간 자본흐름 확대, 가상자산 등 새로운 국경 간 결제 수단 확대로 전통적인 거시정책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게오르기에바 총재에게 각 국가 상황에 맞는 맞춤형 정책권고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홍 부총리는 선제적인 거시건전성 조치 등이 내년 초에 있을 자본흐름에 대한 IMF 공식 입장 재검토 때 반영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 회복세는 지속되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국가 간 성장격차도 더욱 장기화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공급망 차질, 코로나19 확산,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하방리스크 가중으로 백신 보급과 정교한 정책 구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홍 부총리는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와도 면담했다. 홍 부총리와 맬패스 총재는 개발도상국 지원에 필요한 재원 격차(Financing Gap)에 대응하기 위해 민간재원 동원의 중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두 사람은 글로벌 경기 회복 과정에서 산업 간 격차 확대, 인플레이션, 공급망 교란 등에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뜻을 같이했다.
홍 부총리는 "WB가 개도국의 경제회복과 디지털·그린 경제로의 전환 등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며 "최근 맬패스 총재가 강조하는 녹색·회복·포용적개발(GRID)에 공감하고 한국도 그린뉴딜, 탄소중립 2050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맬패스 총재는 오는 12월 결정되는 국제개발협회(IDA)-20 재원 보충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국내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홍 부총리는 마우리시오 클래버 커론 미주개발은행(IDB) 총재와도 만났다. 홍 부총리는 "재정혁신협력기금 출연의향서(Letter of Intent)가 한국과 IDB 관계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재정혁신협력기금은 중남미 국가 비전 수립, 세제·예산 등 공공분야 역량 강화를 위한 사업을 지원하는 기금이다.
클래버 커론 총재는 "내년 연차총회를 계기로 IDB 증자를 논의할 계획"이라며 현재 0.004%인 한국 정부의 IDB 지분 확대를 희망했다. 이에 홍 부총리는 내년 증자 논의 시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하고 IDB 내 한국 지분 확대 의지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