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따르릉'…전화 벨소리에 덜덜 떠는 편의점 알바생들

2021-10-1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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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의점 본사 직원 사칭해 사이버머니 핀 번호 가로채는 사기 기승

편의점 관계자 모인 커뮤니티서 피해 호소…피해 금액 수백만원 이르기도

경찰 "핀 번호 노출은 현금 빼앗기는 것…핀 번호 요구는 대부분 사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보세요. OO 편의점 본사인데요."

대학생 A씨는 최근 편의점에서 알바하던 도중 매장으로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평소 울리지 않던 전화벨 소리에 놀랐지만, 편의점 본사 직원이라는 말에 안심했다. 전화한 남성은 편의점의 프리페이드(선불) 카드 한도를 확인 중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로 모든 점포를 일일이 방문할 수 없어 전화로 진행하게 됐다. 계산대 앞 모니터(포스기) 화면에 '한도 초과'가 나올 때까지 구글 기프트카드·문화상품권 등 사이버머니를 화면에 입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핀(PIN) 번호를 조회해야 한다. 핀 번호가 나와 있는 영수증을 사진으로 찍어 메시지로 전송해달라"며 자신의 연락처를 알려주었다. 핀 번호만 알면 온라인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별 의심 없이 영수증 사진을 건넸고, 이 남성은 사이버머니를 가로챈 뒤 연락이 두절됐다. 피해 금액만 50만원어치다. A씨는 이 사실을 편의점 업주에게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보이스피싱에 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일 편의점 업주와 종업원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편의점 본사 직원으로 사칭해 사이버머니를 갈취하는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엔 본사 내 허위 부서까지 만드는 등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구글 기프트카드는 5000~50만원권까지 다양한 액수를 판매하고 있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편의점에서 3년간 일한 경험이 있다고 밝힌 '베테랑' 직원도 "구글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 속아 넘어가 수차례에 걸쳐 80만원 상당의 구글 기프트카드 핀 번호를 보냈다. 지금까지 보이스피싱을 당한 뉴스를 보며 코웃음쳤는데 막상 당하니 허무하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이스피싱 피해를 본 편의점 종업원들은 사기범이 편의점 운영 방식을 잘 알고 있어 본사 직원이라는 말에 속을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 업주들은 보이스피싱 피해를 우려해 매장 내 전화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편의점 업주는 "직원들이 잇달아 보이스피싱을 당해 200만원 이상의 손해가 생기다 보니 매장에 전화를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주와 종업원들이 당한 보이스피싱 사례를 종합하면, 사이버머니 편취 사기는 주로 본사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서 시작된다. 먼저 사기범은 편의점 점포 일반전화로 전화를 걸어 프리페이드 한도 설정과 관련한 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연락했다고 접근한다.

이들은 주로 편의점 본사 직원이나 구글 본사 직원이라고 사칭한 뒤 "이번 일은 편의점 측과 이미 협의가 이뤄진 사항"이라고 안심시킨다. 이후 "구글 기프트카드나 문화상품권을 포스기에 입력한 뒤 핀 번호를 자신에게 알려달라"고 주문한다. 또 해당 비용은 본사 측에서 환불 처리해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하지만 핀 번호는 노출되는 즉시 현금을 빼앗기는 것과 똑같다. 특히 범죄에 이용되면 추적도 어렵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CU가맹점주연합회는 "편의점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은 대략적인 센터 입고시간과 재고조사 등을 언급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편의점 내부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접근해 종업원들이 설득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어 "최근 점포 일반전화로 본사 직원을 사칭한 사기전화가 많아지고 있어 이런 전화를 받게 되면 곧바로 업주나 본사 고객센터로 연락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엔 가족과 지인을 사칭해 기프트카드 핀 번호를 알아내려 했으나 최근엔 이런 전통적인 수법에서 벗어난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누군가 기프트카드 핀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거나 핀 번호 전송을 요구하면 대부분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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