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열리는 <위성악보시리즈 - KARMA>는 이화영·정강현 2인을 주축으로 활동하는 노드 트리(NODE TREE)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회는 일상 공간에서 예술의 영역을 발굴하고자 하는 도시 생활자의 지역 정착기이기도 하다.
이들은 2017년부터 여러 도시에서 임시 거주하며 예술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확장된 관계성에 대한 갈망으로 서울에서 2시간 안팎으로 이동 가능한 여러 도시를 15개 리스트로 정리했다. 그렇게 해서 정착한 곳이 15번째 장소인 부여군 장암면 석동리다.
KARMA는 ‘갈마’로도 읽을 수 있는데, 갈마는 부여군 장암면 석동리 마을 뒷동산의 이름이다.
지도에도 표시돼 있지 않지만 꽤나 가파른 이 산은 마을 주민들의 소풍 장소였고, 타지로 간 사람들의 안녕과 마을의 풍요를 기리는 곳이기도 했다.
이들은 2019년 작업한 <고속화도로 로망스_高速話道路 Romance>의 경우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풍경 안으로 들어가 일정 기간 동안 머물며 수집한 소리와 이미지로 발견된 이야기-풍경을 공연 형태로 시각화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작업은 여전히 ‘발견-수집-재해석-공간 설치’ 순서로 진행됐지만, ‘정착’이라는 특별한 장치가 추가됐다. 이화영 씨와 정강현 씨는 풍경 안으로 들어가 생활을 했고, 그 과정에서 확장된 관계성이 지속되고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여러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유기적인 연결로 구성돼 지금의 전시가 됐다.
두 예술가가 실제 여러 농사 작업에 참여하고, 우연하고 유연한 관계의 확장으로 연결된 이웃과 동료의 삶이 작품의 주재료이자 결과물이다.
전시가 열리는 부여 고도문화사업소 1층 부소갤러리는 여러 용도가 혼재돼 불특정 다수를 만날 수 있는 장소다. 이곳은 아름다운 10월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부소산성 내에 있으며, 서고이자 휴게실로도 활용되는 공간이다.
이화영 씨는 “우리는 공연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시각화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며, “<위성악보시리즈 - KARMA>는 노드 트리가 ‘우리’라는 영역의 유효성과 확장성, 의도적인 재-위치에서의 삶을 그려낸 감정의 풍경(EMOTIONSCAPE) 작업”이라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14일부터 19일까지 열린다. 관람 시간은 낮 12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다. 14일과 18일에는 저녁 7시부터 오프닝 공연과 클로징 공연이 30분 동안 펼쳐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