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라운드를 마친 전날 밤, 라스베이거스의 한 한식당. 우연히 만난 임성재(23)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성적이 좋지 않았음에도 잘할 거라는 믿음이 미소로 보였다. 그는 가족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먼저 숙소로 향했다. 발걸음이 가벼웠다.
최종 4라운드 아침,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만난 그는 밤에 봤던 가벼움과 환한 미소를 그대로 유지했다. 우승할 거라는 믿음도 함께였다.
그로부터 1년 7개월이 흘렀다. 슈라이너스 아동 오픈(총상금 700만 달러·83억7200만원)은 100번째 출전이다. 매년 최대 35개씩 출전했다. 그가 철인이라 불리는 이유다. 이날(10일·현지시간) TPC 서머린(파71·7255야드)의 바람도 철인을 막지 못했다.
바람을 뚫고 버디를 낚았다. 완벽한 어프로치와 자신감 넘치는 퍼팅이 그를 받쳤다. 1번 홀(파4) 9m 버디를 시작으로 4·6·7번 홀(이상 파4) 버디를 기록했다. 9번 홀(파5)에서도 완벽한 어프로치에 이은 버디였다.
전반 9홀 5타를 줄인 임성재는 10번 홀과 11번 홀(이상 파4) 두 홀 연속 버디로 달아났다. USA 투데이 소속 스티브 디메글리오는 "도망가 성재, 도망가"라고 외쳤다. 타이거 우즈(미국)를 볼 때처럼 그의 눈이 반짝였다.
12번 홀(파4)과 13번 홀(파5) 버디를 추가했다. 무려 5홀 연속 버디다.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로리 사바티니(슬로바키아) 등과는 5타 차로 벌어졌다.
15번 홀(파4) 티잉 그라운드에서 날린 공이 쉽지 않은 지역으로 날아갔다. 트러블 샷 상황. 그는 안전하게 공을 그린 위에 올렸다. 파. 하늘이 도왔다.
마지막 18번 홀(파4) 그린에 오른 임성재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변함없는 자신감이다. 마지막 퍼트를 넣고, 다른 선수들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최종 합계 24언더파 260타 우승이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두 번째 우승이라 기쁘다. 후원사 대회를 앞두고 있다. 의미가 깊다. 쉽지 않은 하루였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8~2019시즌 PGA 투어 신인상(아놀드 파머 어워드)을 받은 임성재는 이 대회 우승으로 통산 2승을 쌓았다. 50번째와 100번째 출전 대회서 우승한 셈이다. 우승 상금은 126만 달러(약 15억원)다. 페덱스컵 포인트는 500점을 받았다.
다음 주 대회는 임성재의 후원사(CJ)가 주최하는 더 CJ컵 @ 서밋(이하 더 CJ컵·총상금 950만 달러)이다. 대회를 앞두고 경사가 났다.
더 CJ컵은 올해도 미국에서 개최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2회 연속이다. 일정은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이고, 대회장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더 서밋 클럽(파72·7431야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