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넘치는데 투자할 곳이 없다" 증시자금 부동화 현상 뚜렷

2021-10-0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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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증시 급락

거래대금 줄었는데 예탁금·단기 상품 규모는 늘어

"일단 지켜보자"…투자 대안 부재에 '눈치보기' 장세



한동안 국내 증시를 둘러싸고 누적됐던 대외 악재가 일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자 증시자금도 다시 부동화되는 모습이다. 증시 주위에 머무는 돈은 더 늘어났지만 막상 주식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며 개인 투자자가 많은 코스닥은 거래대금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시 불확실성 확대에도 다른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은 만큼 투자자 예탁금과 단기 금융투자상품에 자금이 멈춰 있다고 진단한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국내 증시 투자자 예탁금은 70조8794억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 예탁금이 70조원을 넘어선 것은 12거래일 만이다. 지난달 13일 70조4114억원을 기록했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후 68조~69조원대로 줄었으나 이달 들어 코스피가 3000선으로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2900선까지 추가 하락하면서 다시 7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28일 코스피 종가가 3097.92로 3100선 아래로 떨어지고 29일에도 1.22% 추가 하락하자 투자자 예탁금은 66조9528억원까지 줄었으나 이후 3거래일 만에 3조4586억원이 다시 늘었다.

투자자 예탁금과 함께 증시 대기자금 중 하나로 꼽히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잔고 역시 다시 늘었다. 5일 기준 CMA 잔고는 69조6719억원으로 지난 7월 23일(70조3628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달 29일 59조9530억원까지 줄었으나 30일 67조4938억원으로 다시 늘어나기 시작해 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증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눈치보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가 대외 악재에 연일 약세를 보이고 반등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진 만큼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기보다 예탁금이나 CMA 등 단기 금융상품에 넣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하락할 때를 저가매수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서지 않고 추이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인플레이션 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자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달 24조9480억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주식을 제외한 투자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증시 불확실성 확대에도 관련 자금이 줄거나 늘지 않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시사하고 한국은행도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여전히 금리는 낮은 수준"이라며 "정부의 '대출 조이기'로 부동산 투자 역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주식 거래대금이 줄었지만 주식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여전히 높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3거래일 연속 1%대 하락세를 보였던 코스피가 7일에는 반등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51.15포인트(1.76%) 오른 2959.46을 기록했다.

지수 상승은 기관의 순매수를 개인이 받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기관은 코스피에서 6136억원, 코스닥에서 843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개인은 코스피 5220억원, 코스닥에서 4075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과거 지수가 오를 때면 빚을 내서라도 주식을 더 사모으려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악재가 해소되거나 약화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증시자금의 부동화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달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을 통해 "증시 불확실성 확대의 근본적인 문제는 경기 불안과 물가 상승 압력 지속,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된 데 따른 여파"라며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시그널이 확인되기 전까지 현재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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