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분쟁이 뿌린 스태그플레이션 씨앗, 에너지 위기로 증폭
최근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단어는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성장은 정체된 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향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을 비롯한 각국은 엄청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상황이다. 여기에 스태그플레이션이 겹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유동성 확대를 유지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 균열은 최근 물가상승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안그래도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로 타격을 입었던 공급망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싼 노동력으로 저렴하게 공급되던 상품 공급은 갑자기 줄었다. 반면,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전, 가구에 대한 수요는 폭발했다. 극심한 불균형은 병목현상을 불러오며 물가를 끌어올렸다.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여기에 기름을 꾸준히 부어왔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한 가운데,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흔들린 공급망은 이제 실제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로치 교수는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이 세계 곳곳으로 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지난 1970년대 목격한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마저 단기간에 정상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한발 물러나 물가상승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비추기도 했다.
◆예전과는 달라진 분위기···이번 회담이 분수령 될 듯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물가상승 탓에 냉담했던 미·중 관계가 풀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당장 글로벌경제를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양국이 나서 공급망 정상화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앞서 기후변화 등 중국과 협력을 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중국이 6일(현지시간)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양국 정상회담은 미국 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2월과 9월 두 차례 통화했다. 지난 2월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을 비롯해 위구르족 인권 탄압, 홍콩, 대만 문제, 인도·태평양 역내 자유로운 항행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랭을 이어갔다.
그러나 두 번째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경쟁과 협력은 나누자고 제안하면서 이전보다는 다소 유화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통화에서 양국 정상은 경제 회복, 기후변화, 코로나19, 사이버 테러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해 지지를 표명하면서 양국 사이가 다소 누그러진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설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맺은 1단계 무역 합의를 거론하면서 여전히 불합리한 부분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 대표는 "이 합의는 중국의 무역 관행과 이것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미국의 근본적 우려를 의미 있게 다루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단계 합의가 이행되고는 있지만,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고, 국가의 의지대로 자국 경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면서 "이 같은 관행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노동자들의 이익을 해친다"고 비판했다.
6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간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CNN 등 미국 언론은 미국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을 위한 생산적인 단계"라고 평가했다. 엑시오스 역시 당국자 설명을 인용해 이날 취리히 회담을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과 한 가장 면밀한 회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