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독일통일에서 대선주자들이 배워야 할 3가지

2021-10-04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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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지난 10월 3일은 독일이 통일한 지 31년째 된 날이었다. 통일 이후 한 세대를 훌쩍 건너뛴 시간이 흘렀다. 통일의 부작용 이야기는 이제 먼 이야기가 된 지 오래다. 구동독 지역에서 스스로 2등 시민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비중도 구서독 지역과 별반 차이가 없다. 통일로의 접근은커녕, 교류마저 없는 우리와는 크게 비교된다. 우리 사회에서 북한 문제는 대통령이 되려는 대선주자들에게도 관심 밖의 영역인 것 같다. 핵문제에만 천착해 있을 뿐, 남북관계 개선 비전은 발견하기 힘들 정도다. 남북문제는 그 향방에 따라 향후 엄청난 파급효과와 함께 경제적 어려움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점에서 독일통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과 시사점은 아직도 지대하다. 차기 대통령이 되려는 대선주자에게는 무엇보다도 임기 초기 남북관계 개선의 방향을 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다음 세 가지 점을 앞으로의 남북관계 개선 정책의 교훈으로 고려할 것을 권고한다.

첫째, 역사를 바꾸려는 지도자의 결단에서 독일 통일이 잉태되었다는 점이다. 세상의 변화에 자신의 운명을 건 고르바초프, 그는 1989년 동유럽 국가를 강압하고 결속했던 '브레즈네프 선언'을 폐기한다. “한 나라의 장래와 체제는 그 나라 국민들만이 정할 수 있다. 어느 나라도 타국의 국내 상황에 간섭하거나 압력을 가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이 선언이 벨벳혁명으로 이어지며 동유럽 국가들의 구소련 이탈을 가속화했다. 구소련을 해체시켜 인류를 구하면서 자신은 정작 몰락의 길을 갔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토로이카(개혁)와 글라스노스트(개방)가 독일 통일이라는 역사를 쓰게 한 단초였다. 남북관계 개선도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짓겠다는 지도자의 용기와 지혜, 결단과 확신이 있어야 가능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둘째, 독일통일은 주변국에 대한 외교 승리가 가져온 결과라는 점이다. 외교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은 업적이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는 국제정치학의 실험판이었던 독일의 통일외교는 숨 막히는 포커 게임과도 같았다. 주변국의 집요한 통일 반대에 온 몸으로 부딪쳐 만들어낸 위대한 승리가 독일통일이다. 가장 먼저 통일 독일에 대한 주변국이 우려, 즉 힘의 균형 파괴와 인구 8000만의 경제력이 초래할 ‘위협’을 불식시켜야만 했다. 서독은 독일통일을 유럽의 통합과정에 포함시키면서 통일로 강자가 되려는 것이 아님을 설득시킨다. 이를 위해 수십 차례의 정상급 회담을 이끌어냈다. 콜 총리와 겐셔 외무장관의 외교적 행보는 눈부실 정도였다. 2차 세계대전 후 독일이 완전한 주권 국가로 새로 태어날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끌었던 '2+4 회담'. 이 회담은 독일의 단일성 회복을 위해 만든 국제차원의 프레임(Frame)이었다. 이를 위해 콜 총리와 고르바초프 서기장 간에 가졌던 비공식 정상회담이었던 '코카서스 회담'은 신의 한 수였다. 이른바 “코카서스의 기적”이라고 일컬었을 정도였다. 모스크바에서 '2+4조약'이 서명(1990년 9월 12일)되기 이틀 전까지 총 4차례에 걸친 대 소련 협상에서 독일은 통일 앞에 놓인 근본 문제 해결에 진력했다. 통일독일이 나토 회원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하면서 나토의 군축과 개혁을 약속했다. 한국의 차기 대선주자는 새 정권 출범 후 즉각적인 대미 외교적 행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남북관계 개선을 독립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외교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독일이 쏟아낸 피나는 외교는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되기에 충분하다.

셋째, 독일 통일은 ‘연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통일 전 동서독 간 인프라와 교통 연결은 동독주민들로 하여금 서독을 알 수 있게 했다. ‘연결’이 교류협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빌리 브란트(Willy Brandt)의 '접근을 통한 변화'는 단절을 버린 정책이었다. 상대 지역을 방문할 수 있게 했으며, 우편과 전화통신을 가능케 했다. 동독 주민은 서독 주민이 보내온 초콜릿 선물을 받으면서 그 달콤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서독 TV를 시청하면서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물질적 풍요로움을 부러워했다. 서독 시민들이 서독 사회와 정부를 거침없이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서독에는 자신의 의지대로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있음을 확인했다. 서독 텔레비전의 광고를 보면서 갖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그 욕망은 언젠가 올지도 모를 서독과 서유럽에 대한 자유여행의 의지로 축적되었던 것이다. 도시 간 자매결연은 그들을 직접적으로 이어주는 연결고리였다. 교류협력이 통일을 하면 자유롭고 잘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했기에 동독 주민들은 한사코 통일을 원했다. 서독으로 쏙 빨려 들어가는 통일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평화적으로, 서독의 민주주의와 사회적 시장경제체제로 동독이 흡수되는 통일, 이전의 동독이 없어지는 데 대해 기꺼이 동의했던 통일을 수용했다.

우리의 대선주자도 동독주민의 마음을 살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것이 남북한의 물적·인적 ‘연결’에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연결은 변화와 발전의 원동력이다. 통일과 같은 상태를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다. 남북한이 경계를 초월해 넘나드는 상태, 자본과 기술, 노동력이 왕래하고, 방문과 관광이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인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은 ‘연결’에서 비롯된다. 가족 사이에 방문은커녕 통신도 할 수 없는 남북한의 단절에 외국 사람들도 놀란다. 아무리 단절이라고 해도 북한을 만날 수만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과 접촉해야 북한을 알 수 있다. 남북한 연결은 우리가 원하는 북한을 북한 스스로 만들어내는 기적을 가져올 것임을 대선주자들은 명심하자.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 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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