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플랫폼 `케이카', 수요예측 흥행 부진··· 싸늘해진 투심 원인은?

2021-09-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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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서 경쟁률 37대 1··· 희망범위 하단 미만인 2만5000원에 공모가 확정

앞서 상장한 롯데렌탈 부진·중고차 시장 대기업 진출 등 우려 작용한 것으로 풀이

[사진=케이카 제공]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형 공모주로 주목받았던 케이카가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공모가를 희망범위 하단에도 못 미치는 2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공모 과정에서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투심 확보에는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차 매매를 주요 사업으로 운영하던 롯데렌탈이 상장 이후 약세를 보이자 케이카 수요예측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카는 공모가를 희망범위(3만4300~4만3200원) 하단 이하인 2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구주매출이 종전 1562만8124주에서 1226만2067주로 줄어들며 공모 물량은 1346만4231주로 줄었다. 기존 구주매출 비중에 비해 약 20% 줄어든 수준이다. 줄어든 물량은 1년간 보호예수를 걸어 유통주식수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총 공모금액 3366억원,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약 1조2021억원으로 결정됐다.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수요예측 결과 경쟁률은 37대 1로 나타났다. 공모가 희망범위(3만4300~4만3200원) 하단에 못 미치는 이하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들이 신청수량 기준 38.8%를 차지했다. 2만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투자자들도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상단 이상의 가격 비중은 48.1%로 나타났다.

케이카는 2018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SK엔카 직영사업부를 인수한 뒤 출범시킨 중고차 플랫폼 기업이다. SK엔카 시절에도 업계 1위 위치를 가진 사업자였으나 한앤컴퍼니의 인수 이후 온라인 이커머스 플랫폼 강화에 나서며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중고차 이커머스 플랫폼인 '내차사기 홈서비스'를 출시한 뒤 현재 온라인 중고차 시장에서 81%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케이카는 IPO 과정에서도 이 같은 점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중고차 거래기업인 카바나(Carvana)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것처럼 국내에서는 케이카가 온라인 중고차 거래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케이카의 사업모델은 카바나와 유사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차량 내부와 외부를 3차원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구입 후엔 3일간 100% 환불을 보장했다.

밸류에이션 과정에서도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가치 방법론으로는 성장성을 반영할 수 있는 주가매출액비율(PSR)을 적용했고, 비교기업 역시 미국의 카바나와 브룸(Vroom) 등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기업들을 포함시켰다. 다만 공모가 희망범위 기준 최대 2조773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성장이 정체되어 있는 중고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나친 가격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앞서 상장한 롯데렌탈이 증시 입성 이후 주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투심에 악영향을 끼친 요인으로 지목된다. 롯데렌탈은 IPO 당시 기관 수요예측과 공모 청약에서 각각 217대 1, 6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기업 인지도와 공모 규모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라고 보긴 어렵다. 유가증권시장 입성 이후 주가도 약세다. 상장 당일 공모가(5만9000원)보다 낮은 5만5000원에 종가를 형성했다. 이날 기준 주가는 3만9400원으로 공모가 대비 33% 가량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롯데렌탈은 차량과 일반렌탈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으나 중고차 사업에서도 높은 이익을 올리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중고차 매각부문의 영업수익은 약 1694억원으로 28.8%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성장세 역시 타 사업 대비 크다. 중고차 부문의 이익 비중은 지난 2018년 23.5%에서 지난해 25.1%로 증가한 뒤 올해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반면 주요 사업인 차량렌탈은 같은 기간 69.0%에서 62.1%로 비중이 줄어들었다. 중고차 부문의 이익 비중도 큰 만큼 롯데렌탈의 약세는 케이카 수요예측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롯데렌탈이 IPO 과정에서 중고차 부문을 부각시키진 않았지만, 해당 사업에서 얻는 이익이 큰 만큼 중고차 1위 사업자인 케이카 수요예측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부각되며 중고차 업종에 대한 투심도 흔들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고차 판매업은 지난 2013년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진출 및 확장이 제한되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기한은 2020년 만료됐지만,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다시 신청하며 대기업의 진출 여부를 두고 협의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판매에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케이카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로 시장이 재편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정인국 케이카 대표이사는28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 중고차 시장은 파편화된 상태로 완성차 업체 진출로 시장 재편의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케이카 입장에선 좋은 성장의 기회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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