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오징어 게임' 열풍에 속타는 학부모들

2021-09-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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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흥행 대성공... 청소년도 '슬쩍' 시청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다양한 미디어로 퍼져나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새로운 제한 필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누군가는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들은 미성년자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오징어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지적했다.
 
전 세계 인기 '오징어 게임'... 청소년도 '슬쩍' 시청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28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7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은 한국과 미국에 이어 전 세계 76개 지역(국가)에서 콘텐츠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오징어 게임 흥행 여파가 SNS나 언론에서도 언급되며 인기를 이어가자 청소년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을 접했다는 10대 A양은 “주변에서 많이 보니까 나도 보게 됐다. 넷플릭스를 통해 직접 보기도 하지만, SNS에 불법으로 업로드된 콘텐츠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집 앞 놀이터에서 초등학생이 비비탄을 갖고 쏘면서 오징어 게임을 하더라. 충격이었다”라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콘텐츠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탈락자가 총살을 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등 잔인하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등장한다. 또한 배우들은 욕설 등 비속어가 담긴 대사를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이 작품은 물리적 폭력과 신체 위해 요소가 노골적, 지속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선정적 행위가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비속어 또한 지속적으로 표현되어 있어, 청소년들이 관람하기에는 부적절하고 유해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이러한 콘텐츠가 미성년자에게 노출되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최근 학생들 중 오징어 게임을 본 사람이 많았다. 정서 형성이 중요한 시기인데 매체와 접근성이 너무 가까워져서 훈육과 교육만으로 애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기 힘들다”며 걱정을 표했다.

고등학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너무 쉽게 죽이는 모습을 자꾸 보게 되니까 눈 감고 보다가도 결국 무뎌졌다. 아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죽고, 죽이는 모습을 보고 배우지 않을까 걱정된다”라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무분별하게 퍼지는 청소년 유해 콘텐츠... "새로운 제한 필요"

드라마 '오징어 게임' [사진=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 등 영상물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이 접하게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고 시청률 29.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리즈 역시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청소년에게까지 인기를 끈 바 있다.

앞서 B씨는 "펜트하우스를 봤던 학생은 3분의1가량 됐었다. 학생들이 월요일부터 방송하는 날인 금요일을 기다렸다. 유튜브 등 SNS에서 접하게 돼 유행처럼 번져나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튜브에 ‘펜트하우스’, ‘오징어 게임’ 등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를 검색하면 관련 내용을 알 수 있는 후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아예 전체 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거나 명장면만 편집한 영상도 즐비하다.

또한 틱톡, 페이스북 등 SNS에서도 오징어 게임의 특정 장면을 패러디하거나 원본 영상을 공유하는 콘텐츠가 급증하고 있다. 틱톡 내 오징어 게임 관련 조회 수는 80억회를 돌파했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은 55만건을 넘어섰지만 청소년 시청을 제한하는 장치는 없다.

불법 스트리밍도 청소년의 유해 콘텐츠 접근성을 높이는 데 한몫하는 중이다. 20대 C씨는 “간단한 검색만으로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에 접속해 오징어 게임을 감상할 수 있다. 콘텐츠 자체도 청소년 관람 불가지만, 주변에 붙은 광고도 선정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일부 시청자는 중국 등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지역에서 나온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하는 만큼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지상파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최근 들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콘텐츠가 많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이 어떤 콘텐츠를 따라 하는 흐름은 늘 있어왔지만 이게 청소년 관람 불가 콘텐츠까지 들어왔다는 것은 통제가 잘 안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 평론가는 “해외의 경우 수위가 높은 콘텐츠가 많이 나오는 대신 게이트 키핑하듯이 청소년이 접근할 수 없는 방향으로 콘텐츠 접근을 통제한다. 콘텐츠에 따른 청소년에 대한 접근 제한은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다”라고 제언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미디어 통로가 굉장히 다양하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청소년 관람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등급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른 방식도 같이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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