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사업자들이 오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흩어진 고객 정보를 한 곳에 모아 자산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금소법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특히 빅테크들이 최근 잇따라 중단한 보험 서비스를 두고 금융사 간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들은 보장성 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금소법 계도기간이 24일 끝나는 가운데, 보험과 같은 보장성 상품에 대한 비교·추천은 현행 보험업법상 불가능하다고 금융위원회가 최근 해석을 내리면서다. 금융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는 금소법상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에 해당하지만, 빅테크를 포함한 금융감독원 검사대상 기관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없어 대리·중개업자로 등록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 상품을 두고 은행들 사이에서도 해석은 엇갈린다. A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판매)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어 마이데이터 및 금소법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1~4단계 상품 가운데 종신보험과 같은 4단계 상품을 제외하면 온라인에서도 판매 및 비교·추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B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함으로써 보험상품 '추천'은 가능하지만 '판매'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보험업권에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교보생명은 타사 보험상품 추천 및 판매 서비스를 준비 중이지만, 금융위가 명확한 해석을 내리기 전까지는 출시하지 않을 방침이다.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보맵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 회사들은 일제히 보험 관련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 배포한 주요 문답(Q&A) 자료에서 "마이데이터업자에게 허용된 겸영·부수 업무의 범위가 넓어 실제로 문제되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재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권을 획득한 핀테크 회사들이 보험 관련 서비스를 영위하려면 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대출성 상품을 대리·중개하기 위해 모집인으로 등록을 마쳐야 하는 것처럼, 보장성 상품도 관련 절차에 따라 등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서비스에 대한 혼란도 예상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겸영업무로 투자자문·투자일임업을 영위할 수 있다. 이 중 투자일임업이 고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행위가 포함돼 있는 것 아니냐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앞서 금융위는 온라인 금융플랫폼의 각종 금융상품 추천 서비스가 '잠재고객 발굴 및 가입유도'에 해당한다며 '중개'로 봤다. 즉, 투자일임업 역시 '중개'로 판단되면 대리·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하지만, 자본시장법상 법인은 등록이 불가능하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중 투자자문·일임업을 겸영업무로 하는 회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는 "투자자문·일임업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관련 절차를 밟으면 영위할 수 있는 업무"라는 입장이지만, 금융권은 보다 명확한 해석을 내리지 않는 이상 마이데이터 사업을 온전히 영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