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헝다, 일단 급한불 껐나...주가 고공행진

2021-09-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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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주가 고공행진...상장 이래 최대 상승폭 기록

헝다 위기에 중국 정부 손 쓸까...개입설 '솔솔'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중국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광둥성 선전 본사 앞에 23일 공안과 경비원들이 배치돼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恒大)그룹 주가가 23일 치솟았다. 헝다그룹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가 여전히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지만, 일부 채권 이자 지급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헝다그룹 창업자가 우려를 불식하고 나선 것이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한 고비는 넘겼지만 헝다그룹의 디폴트 우려는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이번에도 헝다의 위기를 가만히 두고만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헝다 주가 고공행진...상장 이래 최대 상승폭 기록

23일 홍콩거래소에서 헝다그룹(中國恒大, 03333. HK) 주가는 개장하자마자 치솟았다. 이날 장중 32%까지 급등하면서 2009년 11월 상장 이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다만 상승폭이 점차 줄면서 오전장에서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10.57% 오른 2.510홍콩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헝다 계열사인 헝다자동차(恒大汽車, 00708.HK)와 헝다물업(恒大物業, 06666.HK) 주가도 이날 전 거래일보다 10% 가까이 급등한 가격으로 오전장을 시작했다. 다만 상승폭은 갈수록 좁혀졌다. 

이는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이 투자자들을 보호할 것을 지시한 데다, 헝다가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결과다. 

23일 중국 경제 매체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쉬자인 회장은 전날 밤 간부회의를 열고 "전력을 다해 조업 재개, 판매 및 경영을 회복해야 부동산 소유자들의 권익을 보장할 수 있다"며 공사가 중단된 지역의 개발을 재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투자자들의 상품 상환을 확실히 하는 것이 전체 그룹이 함께 해야 할 최우선 과제"라며 투자자에게 매우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같은 날 헝다가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헝다는 이날 성명을 통해  2025년 9월 만기 역내 채권에 대한 이자 지급을 장외 상환 방식으로 해결했다고 발표했다고 홍콩 명보, 진룽제 등이 전했다. 장외 상환이란 발행인과 투자자와의 '사적인 협상'을 통해 채권을 직접 상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장외 상환의 경우 상환 절차가 시장에 공개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전문가를 인용해 장외 상환 방식은 통상 지불하기 어려울 때 이뤄진다며, 결국 자금 조달을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하이난항공(HNA·하이항)그룹, 이화(宜華)그룹 등 기업들도 장외 상환을 통해 상환 기한을 연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자 지급불능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돼, 시장 불안감은 다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헝다는 같은 날 만기가 도래하는 8350만 달러(약 993억원) 규모의 2022년 3월 만기 5년물 채권 이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상태다. 또, 오는 29일에도 2024년 3월 만기 채권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당 채권들은 지급 예정일부터 30거래일간 유예기한이 있긴 하지만, 이 기한내에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로 처리된다.
 

헝다 그룹 [사진=EPA·연합뉴스]

 
헝다 위기에 중국 정부 개입할까

최악의 시나리오는 면했지만, 헝다 파산 가능성에 대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견은 첨예하게 나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국 당국이 무리하게 부채를 늘려가며 성장해온 자국 기업에 대한 본보기로 삼아 헝다를 지원하는 대신 파산을 지켜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헝다 파산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때만 당국이 개입에 나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 개입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헝다그룹이 국영기업으로 재편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23일 홍콩명보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언론 매체 아시아마켓을 재인용해, 헝다의 부채 위기는 여전히 정확한 해결책이 없으며 부동산은 물론 주식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헝다는 결국 국유기업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부동산, 금융, 전기차, 신사업 등 4개 국영기업으로 구조조정이 될 수도 있다"며 이번 구조조정 계획은 헝다 부동산을 사들인 일반 주민과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헝다의 대규모 부채 위기에 개입하고 있으며 앞으로 수일 내에 최종 결정이나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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