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중등교육을 재개했지만 여학생은 등교에서 배제시켰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탈레반 과도정부 교육부가 이날 남학생들을 위한 중등학교(7∼12학년) 수업을 18일부터 재개한다고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중등학교가 다시 문을 여는 것은 지난달 중순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하고 약 한 달 만의 일이다. 탈레반은 집권 직후 전국적으로 휴교령을 발표했다. 이후 이달 초 일부 대학교에서 남녀를 커튼으로 분리해 수업을 재개하고 초등학생 등교도 허용했다.
압둘 바키 하카니 탈레반 교육부 장관은 지난달 말 아프간 전통 부족 원로회의인 '로야 지르가(Loya Jirga)'에 참석해 "아프간 국민은 남녀 혼합 없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고등교육을 계속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탈레반은 중등학교에 대해선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등교를 보류해왔다.
여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중등교육을 받지 못하는 국가가 된다.
앞서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고 있던 1996∼2001년에도 여성 교육을 사실상 금지한 바 있다. 당시 여성은 교육은 물론 취업 기회도 박탈됐고 남성 없이 혼자 외출하는 것이 금지됐다.
재집권 전보다 여성을 존중하겠다는 탈레반의 공언도 무색해졌다. 앞서 탈레반은 대학에서 여학생들의 수업권을 인정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여학생의 중등학교 등교를 허용하지 않으면 대학에 진학할 여성이 사실상 사라지게 되는 만큼 탈레반의 약속은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가디언은 탈레반이 1990년대 중반과 매우 다른 상황에서 재집권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성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이나 누나, 여동생 등이 교육받기를 원하는 남성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첼세계평화안보정의연구소의 마이클 셈플 교수는 아프간에서 그동안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해 탈레반이 이전과 다른 조건 속에서 재집권하게 됐다면서 "반발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탈레반은 물러서거나 다른 점을 고려하도록 강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