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지난해 3월 채권단으로부터 3조원을 긴급 지원을 받았는데,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1조 6031억원을 상환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대금 6910억원의 유입까지 고려하면 상환금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은 조기졸업을 서두르는 모양새인데 이를 두고 산업은행의 연말 인사와 관계가 있지 않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연말 인사에서 기존 9명의 부행장이 유임되고 박선경 집행부행장만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산업은행은 인사의 폭이 크지 않으며, 인사적체가 심한 곳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작년에는 기존 부행장 전원이 유임되며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인물 인사'로 평가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인사 폭은 평소보다 클 것으로 관측되는데 두산그룹의 조기 졸업도 이 같은 선상에서 해석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유럽연합(EU)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두산의 조기졸업과 산업은행 인사를 연결시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김앤장을 통해 소명하고 있으나 유럽연합의 반대 의견이 탄탄해 그 벽을 넘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며 "양 사 간 합병은 산업은행이 추진했기에 누군가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로 두산중공업의 높은 단기차입금 비중이 거론된다. 지난해 상반기 말 별도 기준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중 단기차입금 비중이 90.6%에 달한다.
두산중공업 입장에서는 산업은행이 차입금의 만기를 늘린다면 좋겠지만 산업은행 입장에서는 채권의 상환 순위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두산중공업의 수주 잔고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산업은행 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상반기말 별도 기준 수주잔고는 9조 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10조 2000억원보다 1조 1000억원 가량 줄었다. 수주잔고는 2011년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동혁 한기평 연구원은 "신사업의 본격적인 수주가 부진한 점, 수 년 간 원전 발전 프로젝트의 해외 수주가 없었고 스마트 원전의 수주도 단기간 내 성과를 보이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할 때, 수주잔고의 증가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