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철 칼럼] '북핵문제 촉진자' ..中, 이 역활 나서주면 어떻겠소

2021-09-13 06:00
  • 글자크기 설정

[대전대학교 객원교수] 



코로나19와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홍수의 와중에서 북한과 중국은 밀월관계를 구가하고 있다. 북·중은 급변하는 세계정세 변화에 직면하여 생존과 영향력 확대를 위해 전략적 공생을 도모하고 있다. 양국은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 공유, 경제적 활로 모색, 지정학적 생존공간 확보 등의 차원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코로나19, 홍수 등을 계기로 북·중 정상의 친서외교와 축전외교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양국의 밀월관계는 지난 7월 북·중 우호협력조약 체결 60주년을 맞아 절정에 이르렀다. 양측은 세월이 흐르고 산천이 변했지만 혈연적 유대관계가 공고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냉전의 절정기인 1961년에 체결된 북·중조약은 탈냉전의 격변을 견디고 미·중 경쟁이라는 새로운 안보환경에서 의미를 더해가고 있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경제교류라는 핵심 카드를 쥐고 있다. 냉전시대는 물론이고 탈냉전 이후에도 중국은 북한 경제의 생명줄을 쥐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북·중 간 무역과 투자가 증가하였고, 신압록강대교 건설 등 인프라 건설과 나진선봉특구에 대한 투자 등이 추진되었다. 그리고 대북제재 강화로 북한의 수출 및 수입이 규제됨에 따라 공식 및 비공식 루트를 통해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제의존도가 심해졌다.
2018년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이후 북·중 간 경제교류가 확대되었다.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의류, 시계 등의 위탁가공이 증가하였다. 특히 관광은 제재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인의 북한 관광이 증가하였고 이것은 북한의 중요한 외화수입원이 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1월부터 북한은 국경을 봉쇄하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그 결과 북·중 관광이 중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북·중 교역이 급감하였다. 2019년 20억9000만 달러에 이르던 북·중 교역은 2020년 80%가 감소한 5억4000만 달러에 그쳤다.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에게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외교, 안보, 경제, 영토, 가치 등 전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또한 미·중 전략경쟁은 동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국경지역 전체를 망라하는 지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을 최대한 감싸고 관리하는 것이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하는 방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앞으로도 인도적 위기를 해소하는 한편, 영향력 유지를 위해 북한에 대해 식량·생필품 등을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인도적 지원의 범위를 넘어서 대북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국경을 맞댄 중국과의 관계는 가장 중요한 대외관계일 수밖에 없다. 전시상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북한에게 중국과의 경제교류는 중요하다. 최근 북한은 북·중 경제교류 재개를 염두에 두고 의주비행장에 검역시설을 건설하고 접경지역에 무산수출가공구를 개발하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북한은 생존과 경제적 활로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중시하지만, 후원세력이자 안전판인 중국과의 관계 증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면서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볼 때,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는 생존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북한 감싸기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데 득이 될까, 아니면 해가 될까?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의 촉진자일까 아니면 방해자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양면적이다. 중국이 북한을 껴안고 최소한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중국이 북핵 해결에 방해가 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북한을 지나치게 압박할 경우 군사적 도발을 할 수 있으며, 인도적 위기가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유인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북한을 설득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활용해서 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은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맞바꾸는 소위 쌍중단이 북핵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라고 주장했다. 크게 보면,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되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현상관리가 되고 있는 것은 쌍중단의 틀에 입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은 북핵협상과 한반도평화체제 전환에 관한 협상을 병행하는 소위 쌍궤병행을 주장하고 있다. 앞으로 북핵협상이 재개되면 어떤 형태로든지 핵협상과 평화협상이 병행하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전환을 위해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영향력을 활용하여 북한을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데 있어서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북핵협상과 한반도평화협상의 로드랩을 작성하는 데 있어서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중 간 전략대화를 확대해야 한다.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통해 북한의 인도적 위기를 관리하는 한편, 북·미대화 재개와 남북대화 재개의 길로 들어설 것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종철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정치학박사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미 하버드대 교환교수 ▷한국외대 겸임교수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