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운명의 11월' ..시진핑 장기집권 밑그림 완성되나

2021-09-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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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부유론에 베이징대 교수가 정면 비판하는 등 뒤숭숭

 

지방 시찰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청더 신화=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달 23일 허베이성 사이한바 국립 삼림공원을 시찰하며 관리와 보호 실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오는 11월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9월 1일 “정치국이 지난 31일 시진핑(習近平) 당 총서기가 주재한 회의에서 6중전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는 “이 6중전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당이 지난 100년간 분투해온 중대한 성과와 역사적 경험을 총정리하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공산당 조직부는 지난 6월 5일 현재 당원숫자가 9514만8000명이라고 발표했다. 당원숫자는 1921년 창당 당시 50여명에서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당시 448만8000명으로 증가했다가, 다시 72년 만에 1억에 가까운 숫자로 불어났다. 1억에 가까운 중국공산당원 가운데 중앙위원은 현재 204명이고 후보위원은 170명이다. 이른바 ‘중전회’라고 줄여서 부르는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는 중앙위원과 후보위원 합해서 374명이 참석하지만 후보위원들에게는 표결권이 없다. 중전회는 1년에 한 차례 개최되며 중앙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다. 중앙위원들은 전국에서 2500명 안팎의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5년에 한 차례씩 열리는 전국대표대회(全大)에서 대표들 가운데 선출된다.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9500만 중국공산당원들을 총 지휘하는 ‘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를 선출하는 권한이다. 현 당 총서기 시진핑은 2012년 11월에 열린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18기 중앙위원들의 첫 번째 전체회의인 18기 1중전회에서 선출됐다. 시진핑은 5년 후인 지난 2017년 10월에 열린 제19차 전대에서 선출된 중앙위원들이 처음으로 개최한 19기 1중전회에서 5년 임기의 당 총서기로 재선됐다. 시진핑이 3연임의 당 총서기로 선출되려면 내년인 2022년 가을에 열리는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250명 안팎의 중앙위원들의 첫 번째 전체회의인 20기 1중전회에서 당선돼야 하는 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시진핑의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은 1989년 천안문 사태의 혼란 속에서 덩샤오핑(鄧小平)에 이어 당총서기로 발탁된 뒤 3년 후 1992년 제14기 1중전회와 1997년 15기 1중전회에서 5년 임기의 당 총서기로 두 번 선출됐다. 후진타오(胡錦濤)는 2002년 제16기 1중전회와 2007년 17기 1중전회에서 5년 임기의 당총서기로 선출돼 10년의 임기를 보냈다. 시진핑이 내년 2022년 가을에 열리는 20기 1중전회에서 3연임의 당 총서기로 선출된다면, 1978년 덩샤오핑을 막후 최고 실권자로 하는 개혁개방의 시대에 처음으로 3연임 당 총서기로 선출된다.

개혁개방 시대에 들어 당 총서기가 겸임해온 국가주석(President)은 국무원(State Council)의 최고위 국가원수직이며, 국가주석은 5년마다 한 번씩 가을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1중전회에서 선출된 총서기가 다음해 봄 3월에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당연직으로 선출된다. 지난 2018년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개정된 헌법에서 2연임 초과 금지 조항을 삭제한 것은 이 국가주석직에 관한 것이며, 시진핑이 내년 가을에 열리는 20기 1중전회에서 세 번째 당 총서기로 선출될 경우 2023년 3월의 전인대에서 자동적으로 3연임 국가주석에 취임하게 된다.

문제는 내년에 열리는 20기 1중전회에서 시진핑이 3연임의 당 총서기로 선출되기 위한 당규약의 개정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 당시 채택되어 여러 차례의 수정 끝에 2017년 10월 24일 마지막으로 수정이 이뤄진 현행 당규약 제38조는 당의 각급 지도간부의 임기에 관해 “민주적 선거로 선출됐든, 지도기관이 임명했든, 모든 직무는 종신이어서는 안되며, 변동 가능해야 하며 해임될 수 있어야 한다. 연령과 건강 상황이 임무를 계속 수행하기에 부적합한 간부는 국무원의 직무 규정에 따라 퇴임하거나 휴직해야 한다”고 규정해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국무원의 규정’에 따른다면 당의 각급 간부들은 65세를 전후해서 퇴임하거나 이임해야 하지만, 장쩌민 총서기 시절에 이뤄진 당내 합의에 따라 고위 당직의 경우 67세까지 새로운 직책에 임용될 수 있도록 허용됐다.

올해 이미 68세가 된 시진핑이 처한 상황은 2023년 3월의 국가주석 3연임에는 이미 2018년의 헌법 개정을 통해 법적 장애물이 제거됐지만, 그에 앞서 열릴 예정인 2022년 가을의 20차 당 대회와 20기 1중전회에서 3연임 당 총서기로 선출되기 위한 당 규약의 보장 조항은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의 당 대회와 20기 1중전회의 전반적인 윤곽을 설계하는 오는 11월의 19기 6중전회에서 시진핑은 당규약 38조의 “종신직 불가”와 “국무원 규정에 따른 퇴임” 규정이 적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업을 이번 11월의 19기 6중전회에서 마무리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공산당 역사상 모두 11차례 개최된 6중전회는 모두 그 다음 해에 열리는 당 대회와 1중전회를 위한 의제의 틀을 짜는 회의였다.

시진핑이 최근 들어 벌이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제재는 19기 6중전회를 앞두고 자신에 대한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마윈(馬云)의 알리바바에 대한 인터넷 네트워크 안전 점검, 마윈이 만든 결제수단 알리페이를 관리하는 앤트 파이낸셜의 상하이(上海)와 홍콩 증시 상장 불허, 가입자가 7억명이 넘는 세계 최대의 차량 호출 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대한 제재, 사교육 시장 정리, 문화연예계에 대한 일제 단속 등은 모두 시진핑이 최상위급 부자들을 때리는 모습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과 정부는 “2021년으로 전면적인 중산층이 많은 샤오캉(小康) 사회를 달성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빈부격차는 날로 확대되어온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분배의 불균형을 가리키는 중국의 지니(GINI) 계수는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시진핑 집권 다음해인 2013년 0.473, 2015년 0.462, 두 번째 집권 당시인 5년 통치 후인 2017년 0.467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은행이 측정한 미국의 GINI 계수는 2013년 0.407, 2015년 0.412, 2017년 0.412로, 중국의 빈부격차 지수가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보다도 큰 것으로 측정됐다. 0과 1 사이의 값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0일 경우 완전 평등 분배, 1일 경우 완전 불평등 분배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명목상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중국의 분배 불평등 지수가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보다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이 현재 벌이고 있는 미국과의 경제 경쟁에서 GDP의 크기 비교보다는 지니계수의 차이 해소가 더 시급하다는 사실을 중국 국가통계국과 세계은행 수치는 보여주고 있다.

시진핑은 지난 8월 17일 개최된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 나와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제기했다. 시진핑은 회의에서 “우리는 현재 2049년까지 두 번째 100년의 분투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전 인민의 공동부유를 인민들의 행복의 기준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며, 당의 장기적인 집정(執政)의 기초로 삼아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진핑의 공동부유론 제기에 호응해서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장 야오양(姚洋)은 8월 30일 “공동부유란 마오쩌둥(毛澤東) 계획경제 시대의 ‘다궈판(大鍋飯·한솥밥 먹기)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며, 고수입 계층의 수입을 끌어내려 저수입 계층의 수입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야오양은 그러면서도 “공동부유론의 핵심은 1차, 2차, 3차로 나누어진 분배 방식에 있다”면서 “1차 분배란 개인과 기업의 노력에 의한 분배, 2차 분배는 공동부유의 주체인 국가에 의한 부의 재분배를 말하며, 3차 분배란 부자들의 자발적인 기부에 의한 부의 재분배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잠잠한 것으로 보이던 중국 지식인이 시진핑이 주도해서 끌고가려는 공동부유론에 거칠게 항의하고 나서는 사건이 벌어졌다. 베이징대 경제학 교수 장웨이잉(張維迎)은 9월 1일 ‘중국경제 50인 논단’에 ‘시장경제와 공동부유’라는 1만자 논문을 발표, 시진핑이 제기한 공동부유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장웨이잉 교수는 “공동부유론의 추진으로 시장경제가 위축되면 중국은 공동부유의 사회가 아니라 공동빈궁(共同貧窮)의 사회로 떨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 교수는 “중국이 공동부유의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을 갖고 개혁을 심화해야 하며, 시장경제야 말로 인류 유사 이래 가장 평등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오는 11월의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는 시진핑이 의욕적으로 제시한 공동부유론에 대한 정면 반대론이 제기된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개최될 전망이다. 부풀 대로 부풀었던 사교육 금지와 문예오락에 대한 일제 정리작업까지 시작돼 중국 사회는 마오쩌둥 시대의 문화혁명 시기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다. 과연 시진핑은 마오쩌둥 시대로의 회귀를 연상시키는 ‘살부제빈(殺富濟貧·부자들을 죽여서 빈민을 구제)’ 정책으로 11월 6중전회를 넘어서 성공적으로 내년 가을의 20차 당 대회와 20기 1중전회에서 3연임 당 총서기로 선출되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

/ 논설고문ㆍ호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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