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난 자리에 1조3000억대 시장 남아... 구글·모토로라·HTC 한국 돌아오나

2021-09-08 15:14
  • 글자크기 설정

해외 브랜드 국내 재진출 움직임 포착... 중저가 5G폰 시장 목표

제품 경쟁력 떨어지고 이용자 반응 '냉담'... 삼성전자·애플 양강 구도 깨는 것은 어려울 듯

구글 픽셀6 프로. [사진=구글 제공]

LG전자 철수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1조3000억원대의 공백이 생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노리고 글로벌 2위 제조사인 샤오미뿐만 아니라 과거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던 구글, 모토로라(레노버), HTC도 재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8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인해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 1조3000억원(약 11억 달러) 규모의 공백이 생겼다.

이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안정적으로 전개하던 지난 2019년 기준 해당 사업의 연간 매출액을 토대로 산출된 수치다. 당시 LG전자는 한국 시장에서 17%의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이 공백을 기회로 여기고 구글, 모토로라, HTC 등이 한국 시장에 재진출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저가 5G폰을 국내에 발매해 다시 입지를 다지려는 전략이다.

2015년 넥서스6P를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중단한 구글은 모바일 엔지니어를 채용하며 자체 개발 스마트폰 '픽셀 시리즈'를 국내에 출시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국내에 '픽셀 모바일 와이어리스 팀'을 신설하고, '캐리어 시스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기술계정 관리자'를 구하고 있다. 두 직군은 특정 단말기가 이동통신 3사의 통신망과 연결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상 픽셀 시리즈의 국내 출시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여겨진다.

모토로라와 HTC도 스마트폰 유통과 이통3사 영업을 담당할 인력을 뽑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 초창기인 2012년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국내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한 바 있다. 하지만 LG전자의 시장 철수로 중저가 5G폰 시장에 기회가 있을 거라 여기고 재진출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5G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플래그십 단말기뿐만 아니라 중저가 단말기도 함께 판매량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아주경제 그래픽팀]

다만 세 회사가 돌아온다 해서 한국 이용자가 이들을 환영할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가 확고한 국내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세 회사의 스마트폰이 의미 있는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세 회사는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BBK 등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전 세계적으로 시장 퇴출 위기를 겪고 있다. 픽셀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개발사인 구글이 직접 만드는 제품임에도 이용자 친화 기능 부족과 하드웨어 불량 등을 겪으며 지난해 약 800만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브랜드 영향력이 남아있는 미국에서도 3~4%대 점유율로 10%대 점유율을 확보한 LG전자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내고 있다. HTC는 스마트폰 판매량 급감으로 지속해서 파산설에 시달리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를 위한 국내 유통망과 A/S망을 복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재 이통3사는 모토로라와 HTC의 단말기를 출시할 계획이 없다. 결국 자급제 채널에 기대야 하는데, 그만큼 접근성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과거 빠른 국내 시장 철수로 이용자 사이에서 지원이 끊길 위험이 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도 문제다.

업계에선 LG전자의 공백은 삼성전자와 애플이 양분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갤럭시Z 시리즈와 함께 갤럭시A 시리즈 라인업을 강화하며 중저가 5G폰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계획이다. 또한 자사와 애플 단말기만 포함시켰던 보상판매 프로그램에 LG전자 단말기를 추가하기도 했다.

애플은 LG전자와 손잡고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하는 등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하며 점유율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가로수길과 여의도에서 운영 중인 애플스토어도 추가로 두 개 지점을 열고, 국내 이용자를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샤오미는 중저가폰인 레드미노트10을 출시하며 국내 시장 공략을 꾀하고 있으나, 국내 이용자가 중국 제조사를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점유율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분석했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공백은 대부분 삼성전자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구글과 모토로라 등 해외 브랜드의 시장 재진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이용자 사이에서 해외 브랜드의 인지도는 높은 편이지만, 이들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과 이용자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과거 LG전자 제품 가격대, 유통 채널 등 사업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LG전자 스마트폰 이용자를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