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일·안전] 고용 늘었지만 가사 부담 여전…여성폭력 만연

2021-09-06 08:00
  • 글자크기 설정

여성 장관·법조인 증가…고용률 50.7%

맞벌이 여성 가사노동 2시간 더 많아

'성폭력' 등 여성 사회안전 인식 저조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커지고 환경도 개선됐지만 '유리천장'은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다. 육아 등 가사도 여성에 책임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혼 건수와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정폭력, 성폭력, 불법촬영 등 여성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는 증가했다. 단순히 폭력 발생 건수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사회적인 경각심이 높아져 신고 건수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여성 사회활동 증가···30대 육아 부담 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성가족부가 5일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제21대 국회의원 총 300명 중 여성은 19.0%에 해당하는 57명이다.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각각 29명, 28명이다. 이는 지난 2000년 16명(5.9%) 대비 13.1%포인트 증가한 수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 중앙행정기관 장관도 18명 중 5명(27.8%)이 여성이다. 지난해보다 1명 줄었지만 2008년 여성 장관이 1명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증가세다.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대상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0년 전보다 5.8%포인트 상승한 20.9%로 집계됐다.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 중 여성 비율도 17.8% 같은 기간 11.5%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여성 법조인이 많아지면서 지난해 판사, 검사, 변호사 중 여성 비율이 각각 31.4%, 32.0%, 27.8%를 기록했다. 지난 2010년에는 여성 판사와 검사, 변호사가 전체의 24.0%, 20.8%, 11.0%에 불과했다.

고용 측면에서도 여권이 신장됐다.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50.7%로 20년 전보다 3.7%포인트 상승했다. 성별 고용률 차이도 23.8%포인트에서 19.1%포인트로 축소됐다. 다만, 상용근로자 비중은 여성이 50.8%로 남성(56.3%)보다 5.5%포인트 낮았다. 대신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남성보다 15.6%포인트 높았다.

지난해 경력단절 여성은 150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5년 전보다 56만7000명(27.4%) 감소한 수치다. 육아 등으로 일을 그만뒀던 여성의 재취업이 늘어난 것이다. 만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 비율은 17.6%로 2015년 대비 4.4%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고질적인 'M자' 형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결혼·임신·육아기인 30대에 고용률이 감소한 후 40대에 다시 증가하는 모양을 빗댄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성 평균 경제 활동률이 20대 후반, 30대 초반, 30대 후반 모두 72%대로 고른 것과 달리 한국 여성 고용률은 각각 68.7%, 64.5%, 58.6%를 나타냈다. 40대 초반은 61.4%였다.

육아·가사 부담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통계를 보면,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돌봄 시간은 여성이 3시간 7분으로 남성(54분)보다 2시간 13분 많았다. 남성은 1시간이 채 안 됐다. 아내 외벌이 가정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47분 더 가사노동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혼인·출산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초혼 건수는 16만7000건으로, 2000년 대비 38.6% 급감했다.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84명을 기록했다. 특히 20대 후반 출산율이 20년 전보다 119.7명 감소했다.

김종미 여가부 여성정책국장은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는 남녀 모두 생애과업 1순위를 일로 인식하고 있고, 가족 안에서 역할·관계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 다양성에 대해 재차 생각해보고, 개인 선택권을 존중하되 혼인·출산, 가족 구성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성 평등한 노동시장 조성, 사회적 돌봄 확충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성폭력 만연···청소년 사회안전 인식 낮아

데이트 폭력 [사진=연합뉴스]
 

개선되지 않는 건 성폭력 등 여성 대상 범죄도 마찬가지다. 여성폭력 현황을 보면 성폭력은 하루 평균 86건, 데이트폭력은 27건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3만13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2만375건) 대비 1.5배에 이르는 수치다. 검거 건수는 3만여건으로 같은 기간 1.7배 늘었고, 검거율도 95.5%까지 높아졌다.

데이트폭력 검거 건수는 9858건으로, 하루 평균 27건이 발생했다. 전년보다 387건 감소했지만, 2013년과 비교하면 2621건 증가했다. 검거 유형별로는 폭행·상해(71.0%)가 가장 많았다. 스토킹(지속적 괴롭힘) 검거는 전년 대비 37건 많은 581건으로, 2017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가정폭력 검거 건수도 5만277건으로, 2011년(6848건)과 비교해 7.3배 늘었다. 하루 평균 163건 이상 발생한 셈이다. 검거 인원은 2015년(4만7543명) 이후 매년 4만여명 이상을 기록했으며, 2019년 5만9472명으로 10년 내 최대치를 찍었다.

불법촬영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기준 불법촬영 검거 건수는 총 4744건, 검거 인원은 5151명이었다. 남성이 94.1%로 대부분이었다. 최근 몇 년 사이 검거 건수와 인원이 감소하고 있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각종 범죄 속에 여성의 사회안전 인식(매우 안전+비교적 안전)은 27.6%로 남성(36.0%)보다 8.4%포인트 낮았다. 특히 '범죄 안전'에 대한 인식은 여성 21.6%, 남성 32.1%로 성별 격차가 10.5%포인트에 달했다. 연령대별로는 13~19세가 14.2%포인트로 격차가 가장 컸고, 65세 이상이 2.9%포인트로 작았다.

김 국장은 "경찰청 통계상 가정폭력, 성폭력,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스토킹 검거 건수 등이 증가했다"며 "이는 점차 다양화되는 여성폭력 발생 자체의 증가가 주된 원인일 수 있으나 예방교육 등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인식이 변화된 점, 개인적 일로 인식했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제고된 점, 경찰의 적극적인 검거 등 복합적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