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 SMIC, 00981.HK/688981.SH)가 최근 저우쯔쉐(周子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가 지난 2015년 SMIC에 '입성'한 지 6년 만이다. 특히 SMIC가 대규모 증설을 발표한 직후라 그 배경에 더 관심이 몰리고 있다.
저우쯔쉐 회장, 6년 만에 SMIC 물러나
5일 중국 경제매체 21세기경제보도 등에 따르면 SMIC는 지난 3일 밤 공고를 통해 저우쯔쉐 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다만 저우 전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도 SMIC 상무이사는 계속 맡는다.1956년생으로 저장성 장산 출신인 저우 전 회장은 전자공업부 부사장, 중국 공업신식화부(공신부) 재무사(司·국) 사장·총경제사 등 요직을 맡았으며, 2015년 3월부터 4대 SMIC 회장인 장이원(張義文)의 후임으로 2021년 9월 3일까지 SMIC를 이끌어왔다.
올해도 약진이 두드러진다. 2분기 매출은 13억4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3.2%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순익은 6억878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98.5% 급증했다.
아울러 저우 전 회장은 SMIC를 중국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벤처·스타트업 기업 전용 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상장시키는 데도 공을 세운 인물로도 유명하다. 당시 SMIC는 커촹반이 문을 연 후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후임자는 현 CFO..."회사 건강한 발전 이끌 최적의 인물"
저우 전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가오융강(高永崗)이 회장 직무를 대행한다. SMIC는 "가오 CFO가 오랫동안 SMIC에 몸담은 만큼, SMIC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면서 회사 경영을 개선하고 회사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어나갈 최적의 인물임을 강조했다.사실 가오 CFO의 스토리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고학력자이며 SMIC에서 20여년간 일했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제몐에 따르면 가오 CFO는 회계 전문가로, 난카이대학을 졸업하고 중국 통신과학기술그룹 수석회계사 등을 거쳐 2009년 SMIC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13년 전략기획집행 부총재, 상무이사를 거쳐 2014년 CFO를 맡아왔다.
갑작스러운 저우 전 회장 사퇴, 내부 조직 개편?
저우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SMIC 측은 저우 회장의 사임에 대해 "회사나 이사회 간의 견해 차이가 없었으며 주주들에게 제공할 자료도 없다"고만 설명할 뿐, 21세기경제보도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21세기경제보도는 최근 SMIC의 반도체 핵심 기술 인력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는 가운데 회장도 SMIC를 떠났다며 회사 내 조직 개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7월 SMIC의 반도체 공정 개발자인 우진강 부총재가 개인적인 이유로 20년 만에 회사를 사임한 바 있다.
같은 달 량멍쑹 공동 CEO도 사임하겠다고 밝혔으나 SMIC가 량 CEO에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40만주와 연봉 4배 인상을 약속하면서 SMIC에 남기로 했다.
또 SMIC의 수장 교체 소식은 SMIC가 최근 지방정부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생산시설 확충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SMIC는 지난 3일 상하이 자유무역시범구 린강신구(臨港新區)에 10조원 넘게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린강신구 공장은 12인치 웨이퍼를 월 10만개 생산할 수 있으며, 28나노미터(㎚) 이상의 집적회로 생산 기술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총투자액은 약 88억7000만 달러로, 자본금은 55억 달러로 알려졌다. 이 중 SMIC 지분이 최소 51%에 달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