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용 상황의 가늠자로 간주하는 비농업 고용지표가 8월 들어 크게 둔화했다. 앞서 6월과 7월의 비농업 고용지표는 크게 개선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예상보다 일찍 코로나19 부양책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23만5000명을 기록하면서,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서비스업이 다시 타격을 받으면서 9월 지표 역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물가가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고용지표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시장은 물론 연준 내부에서도 테이퍼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그 때문에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8월 지표의 급작스러운 악화는 연준의 향후 행보를 조심스럽게 만들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과 맞물려 몇몇 지역 연준 의장들은 9월 정책회의에서 즉각적인 조정을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면서 "그러나 8월 고용지표는 연준이 더욱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조셉 송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고용지표 탓에) 9월 테이퍼링 발표 가능성은 사라졌다"면서 "앞으로의 핵심 질문은 이것이 일회성 부진인지 아니면 이 같은 부진이 계속 진행될 것인지 여부다"라고 지적했다.
9월 고용지표까지 부진하게 나올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고용시장발 경기회복 둔화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테이퍼링 발표 시점으로 11월이 여전히 적당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은 2020년 2월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어 9월 테이퍼링에 대한 연준 총재들의 의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나이틀리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가 부진했지만, 고용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 공급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채 임금이 계속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이 다소 위험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9월 발표의 가능성이 작아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와 투자자들은 여전히 중앙은행이 연내에는 테이퍼링 관련 발표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