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게임업계, 돈 버는 방식 바꿔야

2021-09-04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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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넥슨의 최장수 PC온라인게임 ‘바람의나라’가 모바일 버전으로 나왔다. 성인이 된 후 자연스레 게임과 멀어졌지만, 학창 시절 바람의나라가 준 즐거웠던 경험이 떠올라 게임을 내려받았다. 그때 그 시절 그래픽과 콘텐츠, 배경음악에 설렜다.

그러나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PC에서 모바일로 옮겨 온 바람의나라는 무늬만 같고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용료 부과 체계다. PC에선 월 2만9700원을 내면 게임을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었고, 그 이상의 추가 과금은 없었다. 반면 모바일 버전은 서비스 자체는 무료였으나, 게임 내에서 결제해야 할 수많은 상품이 있었다. 성장 속도와 게임 내 아이템 획득률을 높여주는 상품부터, 각종 장비를 만들거나 강화할 때 사용되는 재료도 유료였다. 과거에는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수록 캐릭터가 강해졌다면, 이제 돈을 써야 강해지는 구조였다. 게임업계에선 이를 ‘페이 투 윈(Pay to win)’이라고 부른다.

더 놀라운 건 돈을 쓰더라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종 뽑기와 강화 시스템은 일정 수준의 확률이 적용되는데, 높은 등급일수록 나올 확률이 희박하다. 운이 좋으면 쾌감을, 운이 나쁘면 좌절감과 허무함, 분노를 경험하게 된다. 확률은 기본적으로 낮게 세팅이 돼 있어 부정적인 경험이 더 많이 쌓일 수밖에 없다. ‘확률형 아이템’의 폐해다. 앱마켓에서 매출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상당수의 모바일게임, 특히 캐릭터를 육성하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최근 신작 모바일게임 ‘블레이드앤소울2’를 출시하고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게임산업은 대표적인 흥행 산업이어서 신작 출시는 일반적으로 주가에 호재다. 그러나 막상 게임이 출시되고 나니,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과금 유도가 과도하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의 모바일게임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과금 정도가 경쟁사의 게임보다 세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방식이 이번 신작에 유사하게 적용됐다고 이용자들은 주장한다. 엔씨소프트 게임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게임들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반면 같은 기간 펄어비스 주가는 크게 올랐다. 최근 공개한 신작 영상이 글로벌 게임 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으면서다. 새로운 IP(지식재산권)에 수집, 오픈월드 같이 전 연령층의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적절히 조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PC·콘솔로 제작되는 게임인 만큼 확률적인 요소가 게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낮은 확률로 설계된 확률형 아이템, 돈을 계속 써야만 하는 과금 구조는 그동안 이용자들에게 물질적, 정신적 피로를 유발해왔다. “이게 도박인지 게임인지 구분이 안 된다”, “게임사는 카지노보다 더한 기업이다”라는 이용자들의 반응을 보면, 현재 국내 다수의 게임사가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즐거움을 주는 콘텐츠다. 이용자는 즐거움을 얻는 대가로 지갑을 연다. 게임업계가 전반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점검해야 할 때다.
 

 IT모바일부 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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