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일 김포 GTX-D 연장과 관련해 김포도시철도 고촌역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다. 당 경선준비위원회는 앞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포함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경선룰을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고, 최고위는 이를 추인했다.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당 선거관리위원장에 임명되고 경선룰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원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 황교안 전 대표 등과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나머지 후보들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본지가 2일 팩트체크한 결과 사실과 많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① 역선택은 무엇이고, 실체는 있나?
어느 당의 지지자들이 다른 당의 ‘약체’ 후보를 본선에 진출시키기 위해 경선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뜻한다. 그 결과 본선에서 자기 당이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전문가들은 역선택의 영향력이 경선의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오픈프라이머리 방식을 채택,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선거인단에 들어갈 수 있는 경선 방식을 채택한 경우, 역선택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뽑겠다며 민주당 선거인단 신청을 한 것이 한 예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 전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전 국민 여론조사 방식의 경우 무작위로 전화를 걸기 때문에 조직적인 경선 개입이 불가능하다. 한 여론조사 기관 관계자는 “역선택이 발생하기 위해선 누군가 특정한 목적으로 지령을 내려야 하는데, 누구에게 전화가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여론조사에서 ‘역선택의 실현 가능성'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한다.
② 유 예비후보는 윤·최 캠프의 주장처럼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주장했나?
사실과 다르다. 윤·최 캠프가 주장하는 ‘역선택 방지’는 전 국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과 정의당 등 타당 지지층을 배제하고,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17년 바른정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유 예비후보 측은 전 국민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이자고 주장했다. 당시 바른정당은 당원선거인단(당원투표) 30%, 국민정책평가단(국민대표선거인단) 40%, 여론조사 30%를 골자로 하는 경선룰을 의결했다. 당시 유 후보 측은 여론조사를 50% 이상, 남 후보 측은 20% 미만 반영을 요구했다. 타당 지지층을 배제하는 이른바 ‘역선택 방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③ 윤·최 캠프의 근거는 무엇인가?
윤·최 캠프에서 유 예비후보가 역선택 방지를 주장했다고 근거로 삼는 기사는 2017년 3월 7일 출고된 연합뉴스의 '유승민 "역선택 막아야" vs 남경필 "슈스케 토론 올인"' 제하 기사다. 해당 기사에서 유 의원 캠프 관계자는 “조직이 완비되지 않은 신생정당은 역선택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친박 쪽에서 2000명만 동원해도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해당 내용은 여론조사가 아닌 ‘국민정책평가단’과 관련된 내용이다.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여론조사와 달리, 국민정책평가단은 자발적으로 참여 신청을 한 사람들의 문자 투표를 통해서 이뤄지기 때문에 조직적인 역선택 개입의 여지가 있는 셈이다. 유 후보 측 관계자를 인용한 것으로 유 예비후보의 입에서 나온 얘기도 아니다. 윤·최 캠프가 주장하는 역선택과는 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