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기약 없는 전동차 교체... ‘안전불안’ 30년 노후 차량 쏟아진다

2021-08-3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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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지하철 5·8호선 298칸 구매사업 입찰 공고 예정

수도권 지하철 절반 이상 20년 넘은 노후 전동차 교체 시급

납기∙기술∙생산능력 고려한 입찰 시스템 도입 필요성 커져

잘못된 관행으로 서울 시민의 발인 지하철의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격을 중점으로 보는 입찰방식이 20년 넘는 노후 전동차의 교체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30년 넘는 노후 차량도 퇴역하지 못하고, 시민의 불안을 가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3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수도권 전동차 6233칸 중 20년 이상 노후화된 것은 3505칸으로 전체의 56.2%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1~8호 전동차 4716칸만 따지면 20년 이상 된 노후 차량은 2906칸으로 비중이 61.6%까지 높아진다.

서울시가 노후 전동차 교체에 나선 배경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내달 지하철 5·8호선에 투입될 전동차 298칸을 구매입찰 공고한다. 올해 전동차 구매 입찰 가운데 최대로 약 3500억원 규모다.

그만큼 5·8호선에서 교체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현재 5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는 총 640칸으로 이 중 95%에 달하는 608칸이 1995~1996년 도입된 노후 열차다. 또 8호선에서 운영 중인 120칸은 1996년에 90칸, 1999년에 30칸이 도입됐다.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입찰을 통해 1996년에 도입된 5호선 전동차 498칸 중 208칸과 8호선 전동차 90칸을 신차로 대체할 예정이다. 나머지 5호선 290칸과 8호선 30칸도 순차적으로 교체된다.

문제는 선정 방식이다. 서울교통공사 등 국내 지하철 운영사들은 신규 전동차 구매 시 가격을 결정적인 요소로 평가하는 ‘2단계 규격·가격분리 동시입찰제’를 채택하고 있다. 1단계 평가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고, 2단계 평가에서 가장 낮은 가격만 제시하면 기술력과 적기 납품에 대한 보장이 부족하더라도 공급업체로 선정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단가는 크게 낮추고, 물량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기업들이 난립하면서 노후차량 교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2019년 시작한 지하철 5·7호선 교체 사업은 계획에 비해 반년 이상(210일) 지연되고 있다.

최저기준만 통과하면 가격만 평가하는 2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제때 납품이 불가능한 업체의 수주가 가능했던 결과다. 실제로 5·7호선 전동차 납품업체인 A사는 2018년부터 2년간 연간 생산능력(200칸)의 4배가 넘는 952칸을 수주했다. 현재 A사는 연간 생산능력을 300칸으로 확대했지만 추가 물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등 철도 선진국들은 이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철도차량 제작사를 선정할 때 종합심사제를 채택하고 있다. 철도를 제외한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른 정부사업에서도 이행실적, 생산현황, 기술력과 가격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2중 충돌에너지 흡수장치, 무정전 안내방송시스템 등 각종 안전장치가 없는 노후 전동차로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4월 동인천에서 출발한 용산행 열차 2칸의 경부선 영등포~신길역 궤도이탈 사고도 전동차 노후화가 주된 이유였다.

당시 사고차량의 차령(전동차 운행기간)은 23년이었다. 다음달 서울시가 교체를 추진하려는 5‧8호선 전동차 298칸도 같은 기간에 도입된 열차다. 통상 열차제작에 3년가량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996년부터 운행을 시작한 5‧8호선 전동차는 조금이라도 납기가 지연될 경우 30년 이상 달리게 된다. 납기지연에 대한 부분 역시 사전에 명확히 따져야 할 중요한 입찰 평가요소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다.

최춘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현 전동차 구매입찰 방식은 가격 비교만을 통해 최저가를 적어낸 업체가 수주하는 형태”라며 “제작 능력 및 상황이 여의치 않은 업체라 하더라도 최저가 덤핑 투찰이 곧 낙찰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5·8호선 차량 교체 입찰에는 현대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 국내 철도차량 제조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열차 탈선 사고가 벌어진 서울 영등포구 신길역 인근 철로에서 한국철도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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