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야구 상징인 한신고시엔구장에서 ‘동해’라는 단어가 울려 퍼져 주목을 받는 중이다.
지난 26일 오전 일본 효고(兵庫)현 니시노마야(西宮)시 소재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교토국제고가 쓰루가케히고를 3-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날 양 팀은 8회까지 2-2로 팽팽히 맞섰다. 9회 초에서는 쓰루가케히고가 득점 없이 공격을 마쳤으며 교토국제고는 9회 말 1점을 올리며 4강행 티켓을 챙겼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설립된 한국계 민족학교다. 1990년대 심각한 재정난을 겪었던 교토국제고는 2004년 일본 교육법 제1조를 적용받는 학교로 전환돼 한국 교육부와 일본 문부성, 양국 정부에서 지원받는 ‘한·일연합 학교’로 탈바꿈했다.
이날 승리한 교토국제고 교가는 일본 공영방송인 NHK를 통해 일본 전역에 중계됐다. 교토국제고 교가는 한국어로 돼 있다. 가사는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한다.
박경수 교토국제고 교장은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끝까지 침착하게 대응한 선수들에게 이미 일본 1위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야기하고 싶다. 재일동포와 세계 곳곳에서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처음 야구부를 만들어 교토 지역 예선에 첫 출전해 0-34로 콜드게임 패하는 등 야구 성적이 부진했다. 2008년부터는 고마키 노리쓰구 감독이 교토국제고 야구부 지휘봉을 잡아 왔다. 2017년 취임한 박경수 교장은 ‘야구와 K팝’을 학교 운영에 주축으로 삼았다. 이듬해 교토국제고는 교토 지역 예선 4강 진출을 이뤘으며 2019년 준우승까지 달성했다. 올해는 고시엔 첫 출전에 이어 여름 고시엔에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교토국제고의 여름 돌풍에 현지 매체도 관심을 가졌다. 현지 매체 ‘주니치 스포츠’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학교가 4강에 진출한 것은 2013년 마에바시이쿠에이고교가 우승한 후 8년 만의 일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교토 지역 대표가 고시엔 4강에 오른 건 2005년 이후 16년 만이다. 교토 지역 내에서는 '힘내라! 교토국제나인'이라는 문구를 붙인 택시가 다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나인’은 야구팀 출전 멤버를 의미한다.
박 교장은 “(학생들이) 지금껏 공간이 부족한 운동장에서 지내왔다. 경영진과 협력해 3만3000㎡(1만평) 규모의 야구장을 마련해주고 싶다. 경비는 5억엔(약 53억원) 정도가 필요한 것 같다”며 야구에 대해 투자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야구를 통해 한·일 양국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토국제고는 오는 28일 준결승을 치른다. 결승전은 29일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