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KLPGA 국민쉼터 하이원, 우승자는 누가 될까

2021-08-22 06:00
  • 글자크기 설정

22일 3라운드·최종 4라운드 진행

비옷을 입고 라운드 중인 이가영, 박민지, 임희정(왼쪽부터). [사진=KLPGA 제공]

땅거미가 내려앉은 셋째 날 밤. 강원 정선군에 위치한 국내 최고(最高·해발 1136m) 골프장(하이원, 파72·6511야드)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클럽하우스 겸 호텔 위로는 안개가 바람을 타고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대회를 상징하는 깃발이 쉼 없이 나부낀다. 잠을 청하려던 선수들도 바람 소리에 잠을 깰 정도다.

비바람은 이날 오전부터 시작됐다. 3라운드 무빙데이를 준비하던 선수들은 비옷을 입고 방풍·방한에 대비했다. 비바람이 몰아치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웨지를 들고 연습 그린 변두리(프린지)에서 공을 띄우던 선수들도 샷 이후에 얼굴로 들이치는 비에 고개를 숙인다. 선수들은 연습 그린뿐만 아니라, 1번 홀(파4)에서도 고개를 숙였다.

1번 홀은 내리막 파4 홀이다. 좁은 페어웨이와 용처럼 굽이치는 바람이 선수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줬다.

이 홀에서 박희영(34), 박주영(31), 최혜진(22), 조아연(21)이 더블 보기 이하를 기록했다. 티샷한 공이 좌 혹은, 우로 날아가면서다.

쉼 없이 내리던 비에 결국 그린과 벙커 등에 물이 찼다.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우승 상금 1억4400만원) 조직위원회는 결국 오전 10시 40분경 부분 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정오에 회의를 열어 논의한 결과 3라운드 경기를 22일 오전 6시 50분으로 순연했다.

최소 6홀에서 최대 14홀이 남았다. 최종 4라운드까지 하면 24홀에서 32홀이 남은 셈이다. 선수들은 갈 길이 바빠졌다.

천만다행인 점은 22일 오전 9시경 비 소식이 있지만, 금세 맑아질 예정이라는 것.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생애 첫 승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가영(22)에게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1번 홀과 2번 홀(파4) 두 홀 연속 보기를 범하고, 3번 홀(파4)에서 1타를 만회했기 때문이다. 1타를 잃었지만, 여전히 9언더파로 2타 차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이가영에게 순연은 한숨을 돌리고, 긴장을 풀고 생애 첫승을 향해 나아갈 원동력이 됐다.

이가영은 이번 대회에서 "먼저 우승한 친구들이 부럽다. 하지만, 사람마다 때가 다르고 잘 풀리는 시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플레이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지(23)와 오지현(25)에게는 다소 아쉬운 순연이다. 다 잡은 선두(이가영)에게 도망칠 기회를 줬기 때문이다. 아쉬운 표정과 함께 추격의 고삐를 놓아 버린 형세다.

박민지는 7승으로, 오지현은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으로 향하던 중이다.

박민지는 보기 없이 1번 홀과 3번 홀(파4) 버디 2개로, 오지현은 3번 홀 버디로 7언더파 공동 2위에서 이가영을 추격하고 있다.

2019년 우승자 신분으로 방어전에 오른 임희정(21)은 1번 홀과 2번 홀, 5번 홀(파5) 버디 3개를 낚으며 상대를 링 사이드로 몰았지만, 8번 홀(파3) 보기로 카운터를 맞은 상황이다.

태백 출신인 임희정은 고향이나 다를 바 없는 곳에서 큰 응원을 받고 있다. 하이원 골프장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임희정의 현수막이 가능하다. 하이원 소속 선수들(곽보미 등) 현수막을 뛰어넘을 정도다. 한 현수막에는 이러한 응원이 적혀있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우승해야지.' 응원에 힘입은 사막여우(임희정 별명)가 함백산을 오르고 있다.

임희정은 이번 대회에 대해 "날씨가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우승 스코어는 10~15언더파가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임희정은 선두와 3타 차, 2위 그룹과 1타 차 공동 4위(6언더파)에 위치했다.
 

21일 폭우로 물에 잠긴 국민쉼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10번 홀 그린. [사진=KLPGA 제공]

공동 4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는 김재희(20), 안지현(22), 허다빈(23)이다. 3명 모두 생애 첫승을 노린다. 김재희와 안지현은 버디 2개, 허다빈은 버디와 보기를 1개씩 주고받아 6언더파를 쌓았다.

허다빈에게는 올해 찾아온 두 번째 기회다. 에버콜라겐 대회 준우승의 기억을 만항재에서 지우려 하고 있다.

홍지원(21)의 상승세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순연 전까지 3타를 줄이며 출전한 62명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 날씨에 보기를 단 1개도 허용하지 않았다. 홍지원과 8위 그룹을 형성한 선수는 조아연과 하민송이다. 조아연은 1번 홀 더블 보기 이후에 버디 2개(2·4번 홀)로 만회했다. 하민송은 버디 2개(1·3번 홀)를 기록했다.

11위 그룹은 3명(서연정, 김수지, 손연정)이다. 모두 3라운드에서 이븐파를 기록하고 있다. 상위 10위 밖에서 시동을 걸고 있는 선수는 안나린(25)이다. 그는 4번 홀(파5) 보기를 범했지만, 버디 3개(5·6·11번 홀)를 기록했다. 3언더파로 선두와는 6타 차다.

올해 크리스 F&C 제43회 KLPGA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거둔 박현경(21)은 1타를 잃어 3언더파 공동 14위,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을 거둔 지한솔(25)과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우승을 거둔 임진희(23)는 2타를 줄여 2언더파 공동 19위에 위치했다.

에버콜라겐 퀸즈 크라운 우승자 전예성(20),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 등에서 우승을 거둔 이소미(22)는 각각 1언더파 공동 26위, 1오버파 공동 33위에 위치해 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박희영은 3타를 잃어 2오버파 42위에 이름을 올렸다. 42위에는 하이원 소속인 곽보미가 있다. 그는 이븐파를 기록 중이다.

전날 발목 부상으로 대회를 기권한 장하나(29)에 이어 이날은 이다연(24)이 기권을 선언했다. 사유는 손목 부상이다.

지난해 이 대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바 있다.

2년 전에는 임희정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당시 우승 점수는 13언더파다. 1~3라운드에서는 점수를 크게 줄였다. 최종 4라운드에서 오버파를 기록했지만, 생애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