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분식회계 혐의를 두고 지루한 법정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측이 매출이 많아 보이도록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감사를 담당했던 회계 직원은 재판에서 '처음에는 코오롱 측의 매출을 나눠서 인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제24형사부(재판장 조용래 부장판사)는 18일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와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웅열 前코오롱 회장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티슈진 등 8인에 대한 속행 공판을 열었다.
한영회계법인은 지난 3월 코오롱티슈진의 감사보고서에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의견 거절'을 감사의견으로 냈다. 이외에도 지난 해 5월 코오롱티슈진 감사보고서엔 “2018년도 재무제표를 재감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고, 8월엔 2019년도 상반기 재무제표에 ‘의견 거절’을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측이 2016년~2018년 당시 회사가치를 상장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술수출 계약금 일부를 회계에 미리 반영하는 방식으로 장부를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2016년 일본기업 미츠비시타나베제약에 대한 457억엔(약 5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에서 선수금(Upfront Fee)을 ‘일시 매출’로 계상(計上)하는 수법으로 회계상의 이익을 얻은 것처럼 가장했다고 지적하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당시 코오롱 측은 미츠비스나타나베제약에 대한 선수금을 계약하며 ‘추가 의무’가 없으니 매출을 일괄적으로 인식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추가의무란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임상시험 관련 정보 전달, 인보사 미국 3상 데이터 전달 등을 수행할 업무들을 뜻한다.
미쓰비시다나베는 2017년 12월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과 관련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 등 계약 의무를 불이행했다는 이유로 계약 취소 의향을 통보했고 다음 해에는 코오롱생명과학을 상대로 계약금을 돌려 달라며 ICC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4월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미쓰비시다나베제약에 인보사 기술수출 계약 때 받았던 계약금과 이자, 손해배상금, 소송비용 등을 지급한 바 있다.
검찰은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측이 선수금을 계약 기간 동안 매출을 '안분'(일정 비율에 따라 고르게 나눔) 인식해야 하는데 기업 상장을 위한 매출을 늘리기 위해 일시에 인식하도록 회계를 조작했다는 취지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A씨는 감사 당시 한영회계 측에서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안분 인식을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으나, B 회계법인의 자문용역 보고서와 C 법무법인의 의견서, 회사 담당자 인터뷰 등을 종합해 결국 의견을 바꿔 매출을 '일시 인식'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전달했다는 수사기관 진술서 발언 내용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A씨는 "(감사 결정 당시) 외부 전문가 의견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여러 의견을 받은 결과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고 손바닥 뒤집듯 우리 의견을 바꾼 것은 아니다"라고도 밝혔다.
검찰은 A씨가 업무 과정에서 계약 체결 관련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들을 증거로 제시하며 "관련 논의 과정을 정리해보면 2017년 12월 1일경에는 (선수금 수익을 일시 인식해야 한다는 B 회계법인의 자문 운영 보고서, C 법무법인 자문 운영 보고서를 받았다. 이후 코오롱 측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고 보여 한영 측에서는 '안분인식이 맞다'는 의견을 제기했다"며 "그런데 같은 달 말 갑자기 코오롱 측에서 선수금은 일시인식 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한영 측에 전달하니 그동안의 (안분인식) 한영 측 의견은 무시하고 황급히 수습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