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를 필두로 30개국에 테이스티나인 현지 법인을 세워 네슬레나 하인즈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도약하겠다.”
가정간편식(HMR) 전문기업 테이스티나인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홍주열 대표의 포부다. 1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테이스티나인 본사에서 만난 홍 대표는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국내나 해외에 공장을 짓는 대신 현지 인프라를 적절히 이용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홍 대표는 “대규모 생산시설을 갖는다는 것은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과 같다”며 “한국과 해외에도 수많은 공장이 있는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국내와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수출의 경우 물류비와 인건비, 제품 유통기한의 문제까지 나올 수 있다는 게 홍 대표의 시각이다.
◆“기획·생산·유통을 직접 소화해 빠른 제품 출시 가능했죠”
홍 대표는 “테이스티나인은 일반적으로 공장만을 돌려 회사를 운영하는 전통적인 식품회사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리는 브랜드를 만들고 제품을 기획하고 인큐베이팅한다”고 강조했다.
테이스티나인은 ‘소량 직접 생산 후 OEM 대량생산’ 방식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트렌드에 맞는 HMR을 기획해 생산까지 소량으로 빠르게 진행한 뒤 성공 가능성이 보이면 OEM을 통해 대규모 생산에 나선다.
테이스티나인은 기획과 생산·유통을 직접 소화하는 SPF(전문점-자사브랜드-식품) 모델을 구축했다.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 재고 부담을 덜고 생산 원가를 절감, 저렴한 가격에 제품 공급이 가능하다. 대기업을 제외한 식품회사에서 SPF 모델 도입은 테이스티나인이 유일하다.
홍 대표는 “대기업에서는 제품 하나 출시하는 데 보통 8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반면, 테이스티나인은 제품 기획부터 생산·유통까지 3주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빠른 의사결정 구조 덕분이다. 소량 생산 후 시장 반응을 보고 제품을 키울지 결정할 수 있는 점도 있다.
이 때문에 롯데, 대상, 풀무원 등 유통·식품 기업들은 테이스티나인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커머스업체들과 단독 브랜드도 론칭했다. 쿠팡과는 ‘오늘저녁반찬’을, 마켓컬리와는 ‘신사동백반’을 선보였다.
구독 서비스도 하고 있다. 카카오의 정기 구독 플랫폼 ‘구독온’을 통해 레디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레디밀은 5~10분 내 단순 조리만으로 한 끼를 즐길 수 있는 차세대 HMR이다.
테이스티나인은 현재 백화점과 마트, 온라인 채널 등을 통해 350여종의 HMR을 판매 중이다. 지난 7월 27일부터는 롯데백화점 서울 노원점 식품관에서 ‘레디밀존’ 운영을 시작했다. 레디밀 전문 브랜드 ‘레디잇’을 비롯해 프리미엄 가정식 ‘탐나는 밥상’과 스테이크 전문 ‘부처스나인’, 국물요리 전문 ‘온기원’ 등 자사 브랜드 45개 제품을 현장 판매한다. 최근 편의점 판매도 시작했다. 전국 미니스톱 매장에 안심 스테이크, 양갈비 키트를 내놨다.
2014년 설립된 테이스티나인은 고속 성장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HMR이 주목받으며 24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73억원 대비 3배 이상 규모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작년 매출 수준에 가까운 2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으로 잡았다. 내년 초 국내 HMR 스타트업 최초로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다.
◆3대가 식품업··· 오랜 해외 주재원 생활
홍 대표는 3대째 식품업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는 축산업을, 아버지는 김치 제조업을 했다. 유년시절 홍 대표의 놀이터는 목장, 도축장, 김치공장이었다. 이는 홍 대표가 전반적인 공장 운영 방식을 이해하게 되는 밑거름이 됐다.
홍 대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식품에 한평생을 바쳤지만 큰 돈을 벌지 못했다”며 “대기업 OEM에만 집중하고 자신만의 브랜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해 창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8년간의 해외주재원 생활도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한 배경이다. 홍 대표는 한국타이어,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 등에 몸담으며 헝가리 부다페스트, 독일 프랑크푸르트, 홍콩, 프랑스 파리 등에서 근무했다. 귀국해서는 롯데그룹이 하이마트 인수를 진행하는 과정의 재무 컨설팅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
홍 대표는 “롯데그룹이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 컨설팅을 했는데 하이마트가 돈을 다 벌고 있더라”며 “돈을 버는 것은 브랜드라는 것을 깨달았고 브랜드를 만드는 회사를 세워야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회했다.
◆사업 3년간 1인 기업··· “포기할까” 하는 순간 마트서 행사 기회
이처럼 홍 대표는 호기롭게 창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회사 설립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부친은 아들이 식품업을 하는 것을 반대했다. 집안에서 자금 지원은 없었다. 홍 대표는 정부에서 실시하는 청년창업 지원자금 3000만원을 받아 1인 기업을 세웠다. 사업 시작 후 3년간 홍 대표 혼자 회사를 운영했다.
홍 대표는 “사업 후 3년간 집에 생활비를 주지 못했다”며 “아이 둘에 생활할 수 있는 돈을 주지 않으니 아내가 마지막에는 카드론에 현금서비스까지 다 받았다며 사업을 접고 다시 회사에 가면 안 되겠느냐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백화점과 마트에 맨몸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영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관계자들과 만나기조차 어려웠다. ‘여기서 사업을 포기해야 하나’ 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기회가 찾아왔다. 코스트코에서 하루만 행사를 진행해 보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업의 물꼬가 트였다.
홍 대표는 “코스트코에서의 영업 경험을 토대로 이마트트레이더스, 홈플러스에 제안하니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며 “입소문에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은 물론 홈쇼핑과 온라인몰에도 순식간에 진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강화··· “200개 매장은 고객 경험공간·물류 거점으로 활용”
온라인·홈쇼핑 등 비대면 채널과 함께 오프라인 직영 매장 확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테이스티나인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27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들 매장 모두 배달 서비스를 하고 있다. 내년까지 수도권에 매장 수를 2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홍 대표는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파는 게 주가 아닌 경험을 할 수 있는 게 포인트”라고 힘줘 말했다.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해 제품을 실제로 보고 먹어본 뒤 배달을 시키거나 온라인 정기 배송하는 형태다.
그는 “늘어나는 매장은 제품 경험과 동시에 물류 거점으로 활용된다”며 “내년에 200개 매장이 갖춰지면 수도권 모든 가정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이스티나인 매장은 서울 최고급 주거공간 중 하나인 ‘나인원한남’에 입점했다. 이곳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단을 추천하고 배달까지 해준다. 이를테면 ○○○동 ○○○호에 사는 고객이 와인에 어울리는 음식을 주문하면 그에 맞는 음식을 추천·구성해 배달하는 방식이다.
홍 대표는 “소비자가 원하는 식단을 직접 세팅해서 배달하는 식으로 각 가정의 주방을 대체하겠다”며 “해외 진출 시 이런 모델을 현지에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테이스티나인은 급식 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2019년 12개 상위 단체급식 사업자 매출 기준으로 약 4조2799억원에 달한다.
홍 대표는 “학교나 구내식당처럼 전통적인 급식 형태가 아닌 유통 거점을 활용한 맞춤형 배달식을 통해 급식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개인이 모바일로 원하는 메뉴를 주문하면 취합해 급식장으로 배달하는 방식이다. 수도권 곳곳에 배치되는 직영 매장이 제품 유통 거점이 된다.
◆이달 말 강원 속초에 R&D 센터 완공··· 향후 M&A 모색도
테이스티나인은 강원도 속초에 2000평 규모의 레디밀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 중이다. 8월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R&D센터에서 레디잇 상품부터 김치·젓갈·절임 등 다양한 상품을 기획·개발하고 생산·유통까지 맡게 된다. 자체 생산율을 높이는 테이스티나인의 인큐베이팅 센터 거점 역할이 될 전망이다.
홍 대표는 “CJ제일제당의 ‘CJ블로썸파크’ 같은 R&D 센터를 짓는 게 꿈”이라며 “기획과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해 기획팀 자체는 대기업인 CJ나 풀무원보다 더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테이스티나인은 인력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호준 최고경영전략책임자(CBO)를 영입했다. 중장기적 경영전략 수립, M&A 및 전략적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경영전략본부를 맡게 된 이호준 본부장은 12년간 PwC컨설팅에 몸담았다. 홍 대표와는 PwC 시절 함께한 인연이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소기업의 공통된 문제가 인력 확보”라며 “우리와 비슷한 회사이면서 뜻이 맞는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에는 이호준 최고경영전략책임자(CBO)를 영입했다. 중장기적 경영전략 수립, M&A 및 전략적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다. 경영전략본부를 맡게 된 이호준 본부장은 12년간 PwC컨설팅에 몸담았다. 홍 대표와는 PwC 시절 함께한 인연이다.
홍 대표는 “스타트업이나 소기업의 공통된 문제가 인력 확보”라며 “우리와 비슷한 회사이면서 뜻이 맞는 기업이라면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