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에 둘로 갈라진 시민들

2021-08-13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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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한민국이 살아날 것" vs "이것이 공정이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10시 5분께 '광복절 가석방 대상자'로 풀려났다. 이 부회장은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구치소 정문을 걸어 나온 뒤 "국민 여러분께 너무 큰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정말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는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아침 일찍부터 서울구치소 앞은 가지각색의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새벽부터 대기하고 있었다"며 "경제대통령을 사면하라"고 외쳤다. 현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사면하라는 측과, "이러려고 촛불을 들었느냐"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13일 오전 서울구치소 앞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는 집회와 찬성하는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회(왼쪽)와 청년정의당 피켓시위(오른쪽). [사진=신진영 기자]

◆"이것이 공정이냐" 연신 소리를 높이는 시민들

오전 8시부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전국금속노동조합(전국금속노조)가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승종 삼성 S1 노조위원장은 "가석방하는 건 좋은데, 돈이나 권력으로 노동자들의 권리를 무력화하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준비해 온 두부를 바닥으로 던지는 행위도 했다.

신승철 금속노조 삼성지회 CS 모터스 분해장도 "10년 동안 삼성그룹의 불법 노조 파괴 공작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며 "국정농단 재판 감형을 위해서 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기자회견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관계 법령을 준수하고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시위 중에 지지자 측으로 보이는 한 시민이 "여기서 시위를 해도 되는 것이냐"며 "경찰들은 이 사람(노조 관계자들)을 잡아가라"고 소리치며 삿대질을 했다. 이 부회장 가석방 반대 측은 청년 시민단체인 '청년하다'를 비롯해,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청년정의당 등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나오기 30분 전에는 폴리스라인 앞에서 청년 시민단체와 이 부회장 지지자 측이 서로의 플래카드를 올려 세우며 "가리지 말라"고 다투기도 했다.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떠난 자리에 기습 집회가 일어나기도 했다. [사진=장문기 기자 ]

◆"이제 우리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며 '경제대통령'을 외치는 시민들

이 부회장 가석방에 찬성하는 측은 "그동안 수고하셨다"며 "이제 우리나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인물인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으니, 박 전 대통령도 '사면'해야 한다는 태극기부대 측도 보였다. 유튜버 50여명도 구치소 앞에서 각각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이 부회장이 석방되는 순간 양측 지지자들 사이에서 함성과 비난이 동시에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지지자는 "우리나라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가석방이 아니라 사면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면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18일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재수감된 지 207일 만에 풀려났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언론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국제경제 상황과 사회 감정 등을 고려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이날부터 보호관찰을 받게 된다. 거주지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 시 보호관찰관에 신고해야 한다. 취업제한 규정도 그대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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