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막는다… “피해액 3배 배상”

2021-08-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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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소벤처기업부]


# H조선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피스톤과 실린더를 납품해온 S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넘길 것을 요구했다. H조선사의 독촉에 S중소기업이 제조공정도, 작업표준서 등을 제공하자 H조선사는 해당 자료를 다른 업체로 유출했다. 이후 S중소기업에 단가 인하를 강요하고 점차 물량을 줄이다가 결국 발주를 중단했다. H조선사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 조치와 과징금을 부과 받았지만 행정소송으로 대응했다. 이에 S중소기업은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 B중소기업은 거래처인 H자동차의 요구로 8차례 기술자료를 제공했다. B중소기업은 자동차 페인트 도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의 악취를 미생물을 이용해 정화시키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로 H자동차와 14년간 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H자동차는 이 기술자료를 산학과제 계약을 체결한 K국립대에 무단으로 넘기고, 유사 특허를 등록해 다른 협력업체에 제공함으로써 단가를 절감했다. 중소기업분쟁조정위원회는 H자동차에게 3억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회사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이런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행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10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기술탈취는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하는 불공정 거래행위이나 지속적인 정책 마련에도 근절되지 않았다. 중기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기술탈취 피해 기업은 246개, 피해금액은 541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거래단절 우려, 피해 입증의 어려움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하는 현실이다. 

이번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은 이런 실태를 반영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마련됐다. 주요 내용은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 의무화’ △수탁기업의 입증책임 부담 완화 규정 마련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3배 이내) 부과 등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는 비밀유지계약이 문화로 정착돼 있지 않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탈취에 취약했다. 이번 개정안은 수탁기업과 위탁기업이 거래 과정에서 기술자료를 제공할 경우 비밀유지계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미이행시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규정이 신설됐다. 중기부는 ‘표준비밀유지계약서’를 마련해 대‧중소기업에 제공하는 등 후속 조치를 통해 기업 현장에서 비밀유지계약이 원활히 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술자료 유용행위로 피해를 입은 수탁기업의 입증 책임도 완화된다. 수탁기업이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위탁기업의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주장하는 경우 이를 부정하는 위탁기업은 자기의 구체적 행위태양(행위의 여러 형태나 범주,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소송 과정에서 위탁기업과 수탁기업 중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도록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됐다.

또 수탁·위탁거래 관계에서 발생한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이 신설됐다. 1997년~2017년 기준 국내 손해배상액 중앙값은 6000만원으로 미국(65억7000만원)의 110분의 1수준으로 합리적인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상생협력법은 입법예고 등 하위법령 제·개정 절차를 거쳐 공포 후 6개월 후인 내년 2월부터 시행한다. 중기부는 제도의 정착 및 법률의 차질 없는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비밀유지계약 체결 문화의 조기 정착을 위해 법률상담, 표준계약서 보급 등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 협·단체와 함께 홍보·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원영준 중기부 기술혁신정책관은 “비밀유지계약 의무화, 구체적 행위태양 제시 의무 등을 도입하는 이번 상생협력법 일부개정법률안 공포를 계기로 중소기업 보유 기술에 대한 침해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하고 소송절차에서도 중소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술탈취 근절 대책을 점검하고 제도 시행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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