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석방심사위…李, ‘운명 교향곡’만 기다린다

2021-08-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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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재벌 특혜” vs 재계 “사면해야”

가석방 통과 때 13일께 출소 예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재계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며 찬성론이 거세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등은 "재벌 특혜"라며 부정적이다. 이처럼 찬반양론이 팽배한 가운데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에 따라 삼성전자의 향후 투자 계획이 속도를 내거나, 또 한 번 공회전 상태가 될 것으로 보여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8일 법조계와 재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9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비공개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8·15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날 심사 대상에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일요일인 광복절에 앞서 13일께 출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면 그동안 미뤄둔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 계획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전자 초격차 경쟁력을 보유한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에 이어 인공지능(AI), 5G, 바이오, 전장용 반도체를 ‘4대 미래성장 사업’으로 꼽고 투자에 속도를 내왔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차세대 통신장비 선행 개발에 속도를 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하지만 올 초 ‘총수 부재’ 상황에 직면하면서 삼성전자는 2019년 이 부회장이 공언한 ‘반도체 비전 2030’ 등을 비롯해 대부분의 투자가 올스톱 된 상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진입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벌어들인 돈을 제대로 투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미국 파운드리 공장 증설을 위해 투입하겠다고 밝힌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현재까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달 29일 2분기 실적 발표 당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7만9000원에 머물며 소위 ‘7만전자’ 늪에 빠졌다가, 최근 다시 8만원대로 회복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낮은 주가를 두고 “투자를 결정할 오너가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하만 인수 이후 최근 5년간 유의미한 인수합병(M&A)을 집행하지 못하면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이어졌다.

반면 경쟁사인 대만 TSMC와 미국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관련 과감한 투자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TSMC는 2024년까지 147조원의 투자를 공언했고 미국과 일본, 독일 등에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은 23조원을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미국에 건설하고 업계 3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34조원을 베팅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잇달아 “3년 내 대규모 M&A에 나설 계획”이라며 투자를 공언하고 있지만, 이 부회장의 최종 사인 없이는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현금보유력을 봤을 때 수조원대 대형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고 중장기적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위해선 결국 오너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그동안 미뤄졌던 투자 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되더라도 경영 활동에 적잖은 제한이 예상된다. 가석방은 ‘조건부 석방’이라,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되고 해외 출장 등도 제한받는다. 이로 인해 재계에서는 더욱 완전한 경영 활동을 위해 ‘사면’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부회장의 또 다른 재판에 따른 ‘사법 리스크’는 가석방 이후에도 부담이다. ‘삼성물산 부당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과 관련된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 관련 정식 재판도 오는 19일부터 열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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