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AWS코리아를 비롯해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계 기업들은 사업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주식회사나 유한회사였던 법인 형태를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2017년 신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개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에도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를 부여하자 일부 외국계 기업들이 회사등기를 유한회사나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유한책임회사의 신규 등록건수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대법원 등기소에 따르면 2017년 318건이었던 유한책임회사 등록건수는 같은 해 유한회사에 대한 외부감사 및 공시 의무 조항이 포함된 외감법이 개정되자 2018년 357건, 2019년 426건, 2020년 483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처럼 출자자들이 유한책임을 지지만 이사나 감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할 필요가 없는 등 회사의 설립·운영·구성 등에서 사적인 영역을 폭넓게 인정하는 회사 형태다.
국내 벤처기업 등 소규모기업이 보다 간편하게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2011년 신설됐다. 하지만 일부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보다 편리한 창업 지원을 위해 만든 유한책임회사제도를 외감법을 무력화하는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AWS코리아 외에도 신외감법 개정 시점인 2017년을 전후부터 지난해까지 다수의 외국계 기업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바로 바꾸는 것은 상법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후 다시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하는 꼼수를 사용해 법망을 피했다.
일례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의 한국 법인 구찌코리아는 지난해 9월 유한회사 형태였던 회사 구조를 주식회사로 변경한 후 불과 2개월여 만인 11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을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역시 2019년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바꿨다.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역시 2019년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지난해부터 감사와 공시 의무가 사라졌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와 아디다스코리아도 각각 2016년 10월과 2017년 3월에 유한책임회사로 등기를 변경했다.
회계 업계에서는 이들 외국계 기업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하는 배경에는 배당금, 로열티, 세금 납부액 등이 공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외감법 개정의 취지와 달리 꼼수를 동원해 법망을 피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총희 회계사는 "상법상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와 달리 소규모 회사에 적합한 구조"라며 "자본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외국계 대규모 회사들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들 회사가 로열티, 배당금 등 민감한 정보의 공개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있지만 유한책임회사를 어떻게 바라보고, 어디까지 공개를 할지에 대해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법의 허점을 피해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고 의심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감시망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올 3월 기업 형태를 외부감사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변경한 후 은밀한 내부거래를 통해 소득을 이전한 외국계 기업 6개사를 적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이들 회사는 수십년간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다 외부감사를 받지 않고 공시 의무도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조직을 변경하고 해외관계사와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한 후 법인이 거액의 비용을 투입하여 R&D를 수행한 기술 소유권을 관계사로 무상 이전하는 등 기업이익을 국외로 부당 이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