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중독(中讀)] 위기 맞은 '간식왕' 왕왕... 차이옌밍이 또 한번 일으킬까

2021-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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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42년째 왕왕... 최근 매출 하락 시달려

지난해 반짝 매출 상승했지만 경쟁 업체 못 따라가

차이옌밍 왕왕 회장, 과거 탁월한 경영능력 조명

업계 기대감 여전... "왕왕 위기 극복할 것"

왕왕 대표 제품. [사진=왕왕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중년의 위기’.

최근 중국 언론들은 대만 제과업체인 왕왕(旺旺)의 상황을 이렇게 묘사한다. 어느덧 설립 42년째를 맞이한 왕왕이 수년간 업계 경쟁에서 뒤처지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이 가운데 주목되는 건 왕왕의 수장 차이옌밍(蔡衍明) 회장이다. 그는 과거 파산 직전까지 몰린 가업을 물려받아 왕왕을 중화권에서 가장 유명한 쌀과자 업체로 키워낸 인물이다. 1990년대 대만과 중국 간식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왕왕의 성장세는 모두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마케팅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은 그의 경영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광범위한 투자와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모두 시장에 먹히지 않으면서 왕왕의 매출과 주가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차이 회장이 과연 중년의 위기에 놓인 왕왕을 일으켜, 청년 시절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그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왕왕, 2013년 이후 6년째 매출 하락 시달려
최근 왕왕은 자사의 2020년 회계연도(2020년 3월 31일~ 2021년 3월 31일 기준) 매출이 219억9800만 위안(약 3조89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8% 증가한 것으로, 무려 5년 만에 매출 상승세다.

사실 지난 2014년부터 왕왕을 둘러싼 키워드는 ‘쇠퇴’, ‘내리막길’이었다. 이때부터 무려 6년간 매출 하락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14~2016년까지 왕왕의 매출은 각각 231억100만 위안, 222억5800만 위안, 197억1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0.75%, 3.65%, 11.45%씩 감소했다.

이후 2017년엔 회계연도 종료일이 3월 31일로 변경되면서 15개월간의 매출이 248억5400만 위안을 기록했고, 2018년 매출은 207억1200위안, 2019년엔 200억9500만 위안을 기록해 감소세를 이어 갔다.

한때 중화권 지역 쌀과자 시장 점유율을 80% 이상 차지하며 제과업계 최강자로 꼽히던 왕왕의 실적 부진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빠르게 성장한 중국 간식 시장에서 왕왕을 뛰어넘는 간식 업체들의 등장이 가장 큰 이유라고 시장에서는 분석한다.

중국의 간식 시장 규모는 지난 2016년 8224억 위안에서 2020년 1조2980억 위안으로 성장했다. 연간 평균 성장률은 12.1%에 달한다. 이런 시장 성장세와 함께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업체는 산즈쑹수(三只松鼠)다.

산즈쑹수는 왕왕이 간식 시장을 점령하던 2000년대엔 둥관의 소규모 업체에 불과했지만, 현재 중국 최대 간식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왕왕의 최대 경쟁 업체로 떠오른 다리위안(達利園) 역시 한때 왕왕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던 작은 업체였지만 어느새 시장 가치 수백억 위안대의 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왕왕그룹 연간 실적보고서.(단위=억 위안) [자료=왕왕그룹]

트렌드 못 좇는 ‘올드 이미지’... 온라인 판매 채널도 부족
산즈쑹수와 다리위안, 왕왕의 명운을 가른 건 전자상거래 플랫폼 활용 전략이다. 많은 간식 업체들이 전자상거래 업계를 끌어안으며 판매 채널을 넓혔지만 왕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뒤늦게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지만 이미 온라인 간식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경쟁 업체들에 밀려나게 됐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제품 혁신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왕왕 매출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대표 제품인 왕왕우유와 쌀과자 제품들은 무려 20년 전에 출시된 제품들이다. 오랜 시간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왕왕이 기존 제품을 뛰어넘을 만한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왕왕의 인기 제품들은 대부분 최근 간식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며 “저당·저탄수화물을 지향하는 최근 트렌드와는 달리 고당·고탄수화물 과자와 음료가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성장세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차이 회장의 ‘무리수’ 역시 왕왕 매출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차이 회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식품업뿐 아니라 병원, 레스토랑 체인, 호텔, 보험사 등에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이런 무리한 투자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아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차이옌밍 왕왕그룹 회장 [사진=왕왕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차이옌밍 경영 능력에 주목... 과거 일화 재조명 
이상한 점은 이런 상황에도 중국 간식 업계는 여전히 차이 회장이 다시 왕왕을 전성기 시절로 돌려 놓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과거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왕왕을 성장시킨 바 있기 때문이다. 

차이 회장은 사실 집안의 골칫덩이 막내였다고 한다.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그는 공부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책을 읽느니 사람들하고 놀겠다고 한 그의 발언은 중국에선 유명한 일화다.

그가 회사 경영에 참여한 건 전형적인 재벌가의 경영 인계 절차에 의해서다. 그는 19살 때인 1982년 아버지가 세운 통조림 수출 업체 ‘이란식품’에 취직했다. 물론 처음에는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차이 회장의 부친은 그에게 경리 업무를 맡겼지만, 그는 장부를 읽을 줄도 몰랐고, 인력 관리도 미숙했다. 장부 관리를 잘 못해 금고에 돈이 남아 있는 날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20세 이후부터 비로소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차이 회장은 설명한다.

차이옌밍은 당시 이란식품이 하던 통조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제품 대부분이 외상으로 팔려 1년 만에 1억 위안의 빚을 떠안게 됐다.

왕왕의 대표 쌀과자 [사진=왕왕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통조림 OEM에서 쌀과자 제조로... '왕왕 센베' 대박
그는 통조림 사업 자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다른 사업을 모색했다. 그러던 중 쌀과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일본에서 쌀과자가 잘 팔리는 것을 보고 결정을 내렸다. 중국, 대만 등 중화권에서 쌀과자는 생소한 음식이었다. 쌀과자를 만들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대만에 진출해 있던 일본 유명 쌀과자 업체 이와쓰카의 회장을 하루도 빠짐없이 찾아가 기술 전수를 부탁했다. 결국 1983년 이와쓰카의 도움을 받아 ‘왕왕센베’를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왕왕센베는 대만에서 인기를 끌었다. 7년 뒤인 1990년 시장점유율이 90% 가까이 치솟았다. 이후 그는 중국 본토로 눈을 돌렸다. 그는 1992년 중국 내륙인 후난성 창사 지방에 공장을 지었다. 개발이 안 된 지역에서 사업을 하면 중국 정부가 지원을 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왕왕그룹은 후난성 최초의 대만 투자기업이 됐다. 후난성 정부는 왕왕그룹에 상당한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후난성이 주요 쌀 산지라는 것도 이 지역을 선택한 배경이 됐다. 쌀값이 싸고 품질이 좋았기 때문에 쌀과자 생산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왕왕그룹은 10년 만에 중국시장 점유율을 약 70%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얼마 못 가 또다시 위기가 닥쳤다. 왕왕센베와 유사한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진 것이다. 차이 회장은 브랜드와 가격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왕왕은 3년 만에 과거 시장점유율을 회복했다.

이후 다수 대만 업체들에 왕왕그룹의 가격 전략은 중국 본토 기업과 경쟁할 때 배워야 할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36커는 “숱한 위기를 넘기고 왕왕그룹을 수십 년째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제과업체로 이끌어온 차이 회장이 디지털 마케팅, 온라인 마케팅 등 최신 트렌드에 조금만 눈을 뜬다면 왕왕이 곧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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