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을 들여 기업을 분석한 뒤 가격을 제시해도 무조건 상단 이상을 제시하는 곳이 많다. 이런 식이라면 수요예측의 의미가 없다."
최근 한 공모주의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증권업계 관계자를 접촉한 결과 돌아온 대답이다. 공을 들여 기업을 분석한 뒤 수요예측에 참여했지만 성과가 없었다는 볼멘소리였다. 나름대로 적정한 수준이라고 여긴 가격을 제시했지만 기관투자자 대부분이 희망범위 상단을 초과한 가격을 제시하며 전혀 물량을 배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날로 치솟는 수요예측 경쟁률과 달리 공모주들의 상장 이후 수익률은 낮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상장된 공모주 55개 중 상장 당일 상한가를 기록하지 못한 공모주는 41개(75%)에 달했다. 이는 과열된 공모주 투자의 '거품'이 꺼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거품이 가라앉더라도 투자자들의 손실이 덜한 '연착륙'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요예측 과정에서 보다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모주의 적정 가격 형성을 위해 공모 청약률을 참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기업공개(IPO) 시장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거워진 만큼 이들의 수요 역시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홍콩과 대만, 일본 등에서는 수요예측과 함께 공모를 진행한 뒤 공모가를 확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청약 경쟁률은 공모주 수요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공모 청약의 경쟁률이 높을수록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누적순매수비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이후 주가 상승률(수익률) 역시 마찬가지로 청약률에 비례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청약 경쟁률을 향후 시장에서 형성될 가격을 가늠할 요인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해당 보고서에서 "한국 IPO 시장에서는 상장 직후 개인투자자들의 공모주를 매수하는 규모가 매우 크고, 이들의 투자수요가 때때로 기관투자자들과 상이하다"며 "주관사가 공모주의 시장가격을 찾기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수요 정보만을 검토하는 것이 충분한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자금 조달이 필요한 발행사나, 유망 기업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을 위해서라도 수요예측 제도 개선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