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스가 총리 '연임' 초읽기...자민당, 총재 선출 일정 놓고 '9월vs연말' 대립

2021-08-0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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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1일 일본 중의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여당인 자유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총선 준비에 돌입한다. 특히, 자민당 안에선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연임을 두고 벌써부터 치열한 수싸움에 들어갔다.

4일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외신은 이날 자민당이 (총재)선거관리위원회를 발족해 자민당 당수인 총재를 선출하는 당내 절차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자민당의 총재를 역임하고 있는 스가 총리의 임기는 오는 9월 30일로 만료한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날 첫 회의를 가진 자민당 선관위는 노다 다케시 중의원을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구체적인 선거 일정을 오는 26일 차기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 선거위원장에 추대된 노다 의원은 현직 자민당 소속 중의원 중 최다선 의원으로, 1972년부터 내리 16선을 지내고 있다.

아울러, 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선 당내 현직 의원뿐 아니라 전체 당원 투표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퇴로 선거가 치러진 지난해 9월 당시에는 전체 당원 투표를 생략한 간이 선거를 진행됐다.

다만, 자민당 안에선 구체적인 총재 선거 일정을 놓고 벌써부터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 당수인 스가 총리의 연임을 놓고 친(親)·반(反) 세력이 각기 유리한 셈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자민당 당규에 따른다면, 이번 총재 선거는 총재 임기 만료 전에 중의원이 해산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달 20~29일 사이에 진행해야 한다. 이에 맞춰 이날 자민당 선관위는 다음 달 17일 선거를 고시하고 9월 29일 투·개표를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스가 총리와 그의 연임을 지지하는 측은 차기 총재 선거 일정을 최대한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자민당이 총재 선거 일정을 고시하기 전에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할 경우, 총재 선거 자체가 '동결'된다"면서 "중의원 해산 시기와 관련한 스가 총리의 정치적 판단이 최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스가 총리의 최대 후원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가 워낙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총재를 바꾸는 의의를 찾기 어렵다"면서 "현재로선 여러 명이 (총재 후보에) 난입할 전망은 없고, 현직이 재선할 가능성이 매우 강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자민당 당내 서열 2위인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해 스가 총리의 '킹메이커'로 활약하며 당권을 장악한 상태다.

이처럼 니카이 간사장이 직접 스가 총리의 연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자, 그가 이끄는 당내 파벌인 니카이파 소속 의원들도 '선(先) 중의원 선거(총선), 후(後) 총재 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스가 총리가 중의원를 해산하거나 자민당 집행부가 총재의 임기를 한시적으로 연장해 오는 10월 총선을 먼저 치른 후 올 연말 중 집권당 총재 선거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스가 총리의 '무(無)투표 총재 연임'도 가능하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올 연말은 스가 총리가 현직 총리로서 가장 큰 내각의 후광을 얻을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오는 9월 5일로 도쿄패럴림픽이 폐막하며 올림픽·패럴림픽 대회를 마무리하는 데다, 스가 내각은 10~11월 중으로 백신 접종 희망자 전원의 접종을 완료해 자국의 코로나19 확산세를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민당 청년국 국장인 마카시마 가렌 중의원 등 당내 소장파는 최대한 빨리 총재 선거를 실시하고 중의원 해산 혹은 임기 만료 전에 당 집행부를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30%대의 내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스가 총리로는 이번 총선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의 월례 조사에서 스가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해 9월 62%에서 올해 7월 33%까지 수직 낙하한 상태다. 올해 들어 스가 내각은 4개월(3월, 5~7월)이나 정권 위기 수준인 30%의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비지지율은 지난해 9월 13%에서 지난달 46%까지 급등했다.

특히, 지난달 9~12일 18세 이상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지통신의 조사에서 스가 정권의 지지율은 29.3%를 기록해,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20%대에 진입했다. 20%대의 지지율은 총리 교체나 내각 총사퇴까지도 갈 수 있는 '위험 수위'로 평가된다.

다만, 자민당 지도부로서는 마땅한 차기 총리 후보가 없는 것이 고민이다. 현재로서 자민당 세력권에서 가장 유력하게 언급되고 있는 차기 총리 후보는 스가 총리와 아베 전 총리,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상, 무소속인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 등이다.

그러나 스가 총리와 아베 전 총리의 경우 대중적인 반감이 큰 상황이며, 고노 장관과 고이케 도지사의 경우 당내 최대 파벌(호소다파·96명)을 이끌고 있는 아베 전 총리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당내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베 신조 전 일본 내각과 스가 요시히데 현 일본 내각의 지지율(빨간색)·비지지율(파란색) 추이.[자료=NHK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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