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기대감…현실 가능성은?

2021-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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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 정체 극심…지하화 공감대 형성

경부고속도로 신갈IC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부고속도로의 지하화 여부가 빠르면 이달 결정된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동탄에서 광교, 분당, 양재로 이어지는 구간에 대한 지하화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사업 추진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서울 서초구가 주장해온 한남IC~양재IC 지하화와는 사업 구간과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경부고속도로의 정체가 극심한 만큼 지하화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 빠르면 이달 발표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2021~2025년)'에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노선 사업을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기존 지상도로는 그대로 유지하고 하부에 지하도로를 뚫어 만성 정체를 해소하겠다는 의도다.

이 안은 국토부 도로정책심의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2021년 안을 담고 있는 만큼 이르면 8월, 늦어도 9월에는 최종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경부고속도로의 교통난 해소를 위해 수도권 여러 구간을 지하화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현실화된 적은 없다. 주변이 도시화돼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일부 구간은 10차로까지 확장돼 평면 개발도 어려웠다.

이에 국토부는 아예 지하 40m 이상 대심도를 파고, 4~6차선의 고속도로를 건설하자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하화 사업이 비전 제시 목적의 국가도로 종합계획에서 구체적 사업계획인 고속도로 건설계획으로 이동하면 실제 추진 가능성은 높아진다. 현재 국토부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를 위한 사업예산 등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노형욱 장관은 지난달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화는 정체가 심한 화성에서 양재까지 30㎞ 구간에 대심도 터널을 뚫어 사실상 고속도로를 넓히는 효과를 거둘 계획"이라며 "지상 도로는 계속 도로로 사용하고 지하에 새로 길을 뚫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경부고속도로의 시작점인 한남대교 남단부터 양재IC까지는 서울시 관리구간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하화 검토 지역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양재 이남부터다.

정부가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 지하화에 나서면 서울 구간의 지하화도 속도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양재∼한남 구간의 지하화 공약을 여야 후보들이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건설 시점이나 종점 위치를 포함한 구체적인 사항은 향후 사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 여의도 신월여의지하도로로 차량이 진입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하화까지 필요한 시간·예산은?
이번 건설계획은 국가의 중장기 도로망 SOC 계획안인 만큼 포함된다고 하더라도 사업명과 예산 정도만 언급되게 된다. 실제 지하화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에서는 지하화 사업이 최소 15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최근 사업이 진행된 서부간선도로와 신월여의지하도로는 사업 추진 이후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렸다.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계획은 서부간선도로(10.33㎞)와 신월여의지하도로(7.53㎞)보다 3배 이상 길다.

사업 규모도 크다. 정확한 사업비는 지하화 구간의 시작과 종점 지점이 확정돼야 추산할 수 있지만, 정부는 1㎞당 1000억원씩 총 3조원 정도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했다.

보통 1㎞당 고속도로 건설비는 500억원 정도인데 지하도로 사업비는 지상도로의 2.1배 수준으로 책정한다. 지하 40m 이하 대심도 터널을 뚫는 방식으로 추진돼 지상 개발사업비와 토지 보상비는 들지 않는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됐거나 건설이 추진 중인 대심도 도로 사업비도 정부의 계획 수준이다.

지난달 개통된 신월여의지하도로는 7.53㎞를 건설하는 데 6742억원가량 들었다. 현재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부산 사상∼해운대 지하고속도로(22.8㎞) 사업비도 2조188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총공사비가 20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서초구는 한남대교 남단~양재IC 구간 지하도로 건설 공사비로 3조3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는데 동탄분기점에서 양재IC까지 거리를 추산하면 20조원을 넘어선다.

공사기간 동안 발생하는 교통 체증과 임대 주택 공급 등에 대한 주민 반발이 이어지면 공사에 차질을 빚게 되고,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공사비가 늘어나는 변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하화 수혜지역, 부동산 분위기 '양극화'
정부의 계획대로 도로 입체화가 진행되면 대표적 상습 정체지역의 교통 흐름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수혜 지역으로는 동탄, 판교 등이 꼽힌다.

동탄 일대는 GTX-A 노선과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겹호재' 기대감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동탄역 인근에 위치한 '시범우남퍼스트빌' 전용 84㎡는 지난 6월 13억4000만원의 신고가를 기록했다. 1년 전 같은 면적이 10억원 수준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현재 최대 호가는 14억5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경부고속도로와 접하고 있으면서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좋은 분당 일대는 아직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미 집값이 고점에 진입해 있고, 지하화 사업이 확정되지 않은 탓이다.

다만, 경부고속도로 지화화가 확정될 경우 인근 집값 상승의 또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속도로를 지하화하는 방안 자체가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유휴부지를 활용하면 지역경제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지하화가 오히려 삶의 질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로 입체화는 기존 도로를 철거한 상부 부지를 주거, 상업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완전 지하화에 비해 도로 개통 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적다.

교통 흐름이 개선되고 통행량이 많아지면서 소음과 대기질 문제가 악화될 수도 있다. 화재 발생 때 진화나 대피가 어렵고, 각종 사고나 재해의 취약성을 해소할 대안이 없다는 점도 난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가 실제 사업으로 반영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국토부가 검토되는 방안은 지상과 지하 모두 도로로 활용한다는 구상이지만 입체화를 통한 주택 공급, 인프라 조성 등이 이뤄지면 인근 지역의 집값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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