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째 표류 중인 국내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전산화(간소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미 해외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편익 제고를 위해 민간 보험사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등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연구원은 1일 '해외 민영 건강보험의 청구전산화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프랑스와 영국 등 해외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면 프랑스와 영국은 가입자가 보험사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프랑스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중계기관 역할을 한다. 보험가입자는 의료기관에 진료비를 지불하고 건강보험카드를 제시하기만 하면 된다. 의료기관은 전자정보전송시스템을 통해 전자치료차트와 전자청구서를 건강보험공단에 전송한다. 보험사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전자청구서를 자동 전송받는다. 통상 2일 이내에 가입자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영국은 중간결제회사가 중계기관 역할을 수행한다. 의료기관은 환자 진료 후 환자 진료정보를 전자정보전송시스템에 입력하고 전자청구서를 중간결제회사로 전송한다. 중간결제회사는 전자청구서의 유효성 테스트를 거처 보험회사에 전송한다. 보험사는 전자청구서를 심사한 후 의료기관에 보험금을 직접 지급한다.
국내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의료단체 등의 반대 속 관련법률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현실화되지 않고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18년부터 국내 보험회사가 청구전산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참여 의료기관은 작년 말 기준으로 150여 개에 불과하다"며 "지난해 손해보험회사 보험금 청구건 중 약 0.11%만 전산화 방식으로 접수됐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어 "실손의료보험 청구건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중소형 병·의원들"이라면서 "실손보험의 청구전산화는 보험가입자, 의료기관과 보험회사 간 편익 제고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의료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속 실손보험 청구전산화를 시행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