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uninvestable’ 중국 특색 사회주의 금융시장

2021-08-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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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GFM투자연구소장]

2019년 1월 15일 리커창 중국 총리 주재로 베이징에서 열린 기업인·경제전문가 좌담회에서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馬雲) 회장은 “귀에 거슬릴 말 좀 하겠다”고 운을 뗀 뒤 정부가 자본시장과 금융시스템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였다.
“모든 일을 칼 한 방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기차역이나 공항을 관리하는 식은 더더욱 안 된다”는 등의 직설적 표현들이 쏟아졌는데, 부하 직원들을 상대로 회의를 주재하는 마윈 회장님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짐작되는 대목이긴 하나 중국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로서는 걱정이 앞서는 장면이었다.

마윈은 이듬해인 2020년 10월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한 금융포럼에서도 개혁의 대상은 감독당국의 규제방식이라고 일갈하며,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 관행으로는 중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경직된 여신 심사를 지적하는 대목에서는 “중국 은행들은 전당포와 같다. 담보와 보증이 경화(硬貨) 역할을 한다”거나 “중국인들이 말하듯이, 은행에서 10만 위안을 빌리면 당신은 겁을 먹겠지만 100만 위안을 빌리면 당신과 은행이 같이 신경을 쓰며, 10억 위안을 빌리면 당신은 겁낼 게 없고 대신 은행이 겁을 먹는다”는 발언에 이르러서는 누구나 마윈과 알리바바 그룹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많이 커 버린’ 마윈 회장님 덕분에 세계적으로 엄청난 돈과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던 앤트 그룹의 상장은 물 건너갔고, 한동안 마윈 실종설도 나돌았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엄청난 데이터를 확보하고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지닌 빅 테크 기업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와 규제는 계속 범위를 넓혀왔다.

지난주 텐센트에 온라인 음악 독점 판권을 포기하라고 명령하여 한바탕 주가 급락을 유발했던 중국 정부는 주말에 또다시 25개 인터넷 플랫폼 기업을 소집해 “스스로 잘못을 찾아 바로잡으라”는 주문을 하면서 자칫 당(黨)보다 영향력이 커질 수 있는 기업들에 대한 ‘군기 잡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하였다.

거기에다 지난주 글로벌 증시까지 출렁이게 했던 사교육 기업에 대한 규제··· 최근 중국의 출산율 저하에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사회적 현상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상식적으로는 예상하기 힘든 수준의 강력 규제에 나선 것이다. 좀 더 크게 보자면 중화인민공화국 출범 이후 통치철학의 흐름이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에서 덩샤오핑의 ‘선부론(先富論)’을 거쳐 시진핑의 ‘공동부유(共同富裕)’로 선회하는 와중에 시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될 내년 11월 20차 당 대회가 점점 다가오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출산율 저하의 또 한 가지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천정부지의 주택 가격이 신경 쓰이고, 그러다 보면 요즘 중국 발 뉴스의 한편을 장식하고 있는 중국 최대 부동산 업체 헝다(恒大·Evergrande)그룹과 관련한 뒤숭숭한 소식들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주 월·화 이틀에 걸친 증시 급락과 마침내 위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위안화 약세로 전환되는) 달러/위안(USD/CNY) 환율을 진정시키고자 금융당국과 관영매체들이 시장 위무(慰撫)에 나섰지만, 금요일 중국 본토 및 홍콩 증시는 다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금주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할 상황이다. 투자에 레버리지를 동원하기 마련인 월가 헤지펀드들은 이번 중국 증시 급락으로 손실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들 사이에서 중국 투자와 관련하여 ‘투자불가능(uninvestable)’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다. 오죽하면 어느 정도 계산이 되는 불확실성을 리스크(risk)라고 부른다 하지 않는가? 코로나 바이러스 및 그에 따른 경기 상황, 연준의 통화정책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드리워진 시장에 중국발 불확실성이 가세하고 있다. 모든 것이 불투명한 가운데 그나마 혼란의 가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외환시장 흐름을 주시해야 할 듯하다. 달러/위안 환율이 다시 1달러당 6.5위안을 확실히 올라서는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이는 그저 증시에서 흔히 나타나는 차익실현이나 손절 차원을 넘어 자본 이탈이 본격화된다는 신호이기에 시장은 경계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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