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영의 법정(法政)이야기]경기가 어려울수록 기승하는 금융사기

2021-07-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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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법조팀 신진영 기자

"이거 케찹 돼요?" 

한 어머님이 내게 휴대폰을 들고 왔다. 말을 차분히 들어보니 케첩이 아닌, 캡처가 되는지 묻고 있었다. 말을 이해하고 나서 그에게 해당 화면을 캡처 해줬다. 그가 캡처를 하고 싶던 화면에 눈길이 갔다. 가상 화폐 투자를 하는 것 같았다. 

"어머님 이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니. 알 필요 없고 캡처만 해줘요"

머쓱해하는 그에게 더는 물을 수 없었다. 직업상 호기심이었다. 그가 투자를 하든 안 하든 상관할 일은 아니나, 그 분이 하고 계신 것이 무엇이든 범죄에 휘말린 게 아니길 바랄 뿐이다. 

경기가 어려울 수록 개인 투자자들의 조급함은 커진다. 경기가 어렵다는 건 그만큼 변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변수를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한 개인이 '벼락 거지'가 되느냐, '벼락 부자'가 될 지가 달려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허선아·류희상·신예슬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에게 징역 25년과 벌금 5억원,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선고했다. 이동열씨와 윤석호 이사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벌금 3억원, 추징금 51억7500만원의 추징명령을 받았다. 윤씨도 벌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이날 옵티머스 일당은 전원 징역형을 면치 못했다. 이걸로 된 것일까. 그날 검찰은 재판이 끝나자마자 항소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의환 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장은 한 언론에 나와 "전국민적인 피해를 안기고 국가적으로 책임 있는 이 문제를 너무 가볍게 사법부가 판결한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경기가 어려워지고 쉽게 말해 벼락거지가 된다고 하면 사람들은 한방에 이걸 역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무리한 투자를 하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기 상황은 언제든 나빠질 수 있다. 그럴 때마다 법의 틈새를 노린 사기는 또 다시 양산될 것이다.

사모펀드 관련 피해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그러나 모든 범죄가 그렇듯 근본적인 해결은 사법부까지 오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오는 9월 시행된다. 사모펀드 판매와 운용에 관한 판매사 견제기능이 도입되고, 수탁기관의 사모펀드 감시의무가 강화된다.
 
김 의원은 "(자본시장법)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사기꾼은 방법을 찾아내겠지만 재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은 만들어 줄 것"이라고 했다. 부디 9월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개인 투자자들의 돈 흐름을 '캡처(Capture)' 할 방안 중 하나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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