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유통 공룡까지 퀵커머스 참전···배민 시장 1위 내주나

2021-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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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배달 플랫폼들이 주도한 퀵커머스 시장에 대형 유통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까지 대거 뛰어들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와 맞물려 빠른 배송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거대 자금과 물류망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시장 진출을 선언한 만큼 국내 퀵커머스 시장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600조 퀵커머스 시장 잡아라”···업계 경쟁 치열

[사진=우아한형제들, 요기요]


29일 업계에 따르면 퀵커머스 시장이 코로나19 영향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퀵커머스는 주문 후 단시간 내 배송을 완료하는 유통 서비스로 당일배송과 익일배송을 넘어 생필품과 식자재 등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에 배달해주는 형태를 뜻한다. 딜리버리히어로에 따르면 세계 퀵커머스 시장 규모는 오는 2030년까지 600조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퀵커머스 선두주자는 배달의민족의 ‘B마트’다.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B마트는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해 즉시 배달해준다. 평균 30분~1시간 정도의 배달 시간이 소요된다. 이를 위해 배달의민족은 서울과 수도권 등지에 30여개의 도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개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B마트 매출은 2019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2187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배민 전체 매출에서 B마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4%에서 19.9%로 확대됐다. 현재 B마트는 서비스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요기요는 B마트보다 조금 늦은 2020년 9월 서울 강남점을 시작으로 요마트 퀵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평균 배달 소요 시간은 30분이며 신선식품 등 식재료에서 생활용품, 가정용품, 반려동물용품 등 3000개 이상의 상품 카테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쿠팡이츠도 최근 퀵커머스 경쟁에 합류했다. 쿠팡이츠는 이달부터 퀵커머스 서비스 ‘쿠팡이츠 마트’를 출시해 서울 송파구 일대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쿠팡이츠 마트의 강점은 빠른 배달 속도와 자금력이다. 우선 최소 주문금액을 없애 소비자 부담을 대폭 낮췄다. 퀵커머스를 위한 배달원도 별도로 고용해,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달원이 도심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에서 상품을 챙겨 배송을 진행한다. 이때 평균 10~15분 이내로 배송이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시장 후발주자지만 전국에 이미 170개의 물류센터를 갖추고, 자금력도 탄탄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유통·IT 대기업도 눈독”···배달앱 주도 '퀵커머스 시장' 판도 뒤바뀔 수도
B마트의 성장세에 유통업계와 IT업계까지 퀵커머스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전통 유통 강자로 꼽히는 이마트는 SSM(기업형 슈퍼마켓)을 배송 거점으로 활용해 퀵커머스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SSM은 대형마트보다 규모는 작지만 도심 주거지와 근접해 있어 빠른 배송이 원활하다고 분석한다. GS리테일은 요기요 인수에 참여해 퀵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백화점은 콜드체인 시스템을 갖춘 전기트럭을 활용해 신선식품을 10~30분 내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한다. 백화점이 즉시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는 것은 현대백화점이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이동형 ‘MFC’를 활용할 계획이며, 압구정 본점 반경 3㎞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한 이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IT업계는 자사의 차별화된 IT기술을 활용해 퀵커머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는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인 '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NFA)'를 열고 택배와 프리미엄 배송, 도심 근거리 물류창고 등을 통해 배송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hy(옛 한국야쿠르트)와 손잡고 hy의 통합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IT 플랫폼을 지원한다. 주문 취합·송장 처리, 실시간 재고 관리 등 물류 사업과 연계 가능한 AI 기술 활용을 공동 연구하기로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퀵커머스 시장에서는 빠른 배송을 위한 라이더와 물류 인프라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배민이 대도시 중심의 배달 서비스가 구축돼 있다면 대형 유통업체들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물류 거점이 마련돼 퀵커머스 시장 내 속도·서비스 경쟁에서 빠르게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과도한 출혈경쟁, 노동 질 악화 등 부작용 초래할 것”

[사진=연합뉴스]


일부에서는 지나친 속도경쟁으로 각종 부작용이 속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열된 경쟁으로 배달기사가 부족해지고 향후 배달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서비스 품질 하락에 대한 의견도 나온다.

퀵커머스 성장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도 제기된다. 전자상거래나 대형 유통점은 배송을 자사 물류센터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지역 상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실제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B마트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서울 지역의 한 편의점 브랜드는 2020년 8월 기준으로 2019년 11월보다 평균 배달 주문액이 48% 줄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 스마트폰 대중화가 만나며 세상에 없던 퀵커머스 시장까지 생겨났다”면서 “소비자들은 편해졌지만, 노동자들의 직업 불안정성은 더욱 커지고, 쓰레기 배출부터 시장 불균형 현상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과도한 시장 경쟁으로 지금은 배달료나 수수료를 지나치게 낮추는 식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결국 배달원들의 처우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이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며 “퀵커머스 시장이 안정화를 찾기 위해선 제공하는 서비스에 해당하는 배달료를 소비자들에게 요구해야 하고, 이것이 배달원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나서 힘써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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