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KBS를 위한 항변

2021-07-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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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김경태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사진=한국방송협회 제공]

곽정원(추노), 김석윤(올드미스 다이어리), 김석현(개그콘서트), 김성(해피선데이), 김성윤(구르미 그린 달빛), 김시규(해피선데이), 김원석(대왕세종), 나영석(1박2일), 남성현(건반 위의 하이에나), 노상훈(직장의 신), 모완일(드림하이2), 박현석(공주의 남자), 신원호(남자의 자격), 원승연(구라철), 유일용(불후의 명곡), 유호진(우리동네 예체능), 이동희(해피선데이), 이명한(해피선데이), 이응복(태양의 후예), 정희섭(유희열의 스케치북), 조승욱(해피선데이), 표민수(프로듀사).

신문에 거명된 사람만 추렸다. 줄잡아 20명이 족히 넘는다. 지난 10년간 높은 몸값을 받고 KBS를 떠나 종편 등으로 이적한 PD들이다. 나영석 PD가 2018년 CJ ENM에서 받은 연봉은 37억여원. 2013년 KBS가 그에게 준 마지막 연봉은 7000만원 남짓이었다.

KBS의 임금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지난 5년간 사실상 동결됐다. 그 사이 공무원들의 월급은 2.7% 이상 올랐다. KBS는 인력도 최고점 대비 28% 이상, 인원 수로는 1800명 넘게 줄였다. 이렇게 해서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370억원씩 예산을 감축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만 경영’이란 비난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공공기관의 임직원 절반 가까이가 억대 연봉을 받느냐는 것이 비난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난해 임직원의 평균 연봉이 1억원 이상인 공공기관은 14곳에 이른다. 1년 사이에 2곳이 더 늘었다. 우리나라 350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 자체가 이미 7000만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40개 공공기관만 보더라도 억대 연봉자가 2017년 9600명 선에서 2019년 약 1만3000명으로 33% 증가했다. 하지만 KBS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도리어 억대 연봉자를 300명가량 줄였다. 여기에다 향후 5년간 고액연봉자 1400명을 추가로 더 줄인다고 한다.

억대 연봉자 가운데 1500명이 무보직자라는 비난은 중상모략에 가깝다. KBS의 4500명 임직원 중 보직자는 650명뿐이다. 나머지는 보직은 없지만 ‘유휴인력’이 아닌 현장에 투입되는 ‘실무인력’이다. KBS는 전국에 9개 총국을 두고 지역방송을 직접 책임지고 있다. KBS1, KBS2 외에 KBS World 국제방송까지 TV 채널이 3개에 이른다. 여기에다 북한주민, 장애인, 해외동포 등을 위한 방송까지 모두 7개의 라디오 채널도 운영한다. 더욱이 KBS는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다. 지난해 실시한 재난방송만 8만807분 분량으로, 매일 3시간 30분꼴로 재난 관련 방송을 내보냈다. 채널 하나 운영하는 종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인력이 제대로 대우를 받으며 현장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거대한 방송사이다.

여기에다 KBS가 불공정해 신뢰하기 어렵고, 볼 것도 없어 외면당한다는 보수신문들의 주장은 거짓 선동 수준의 비난이다. 객관적인 수치가 가리키는 사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년 5만여명을 직접 면담해 내놓는 ‘언론 수용자 조사’ 결과, KBS는 지난 2년 연속 가장 신뢰받는 언론사로 꼽혔다. 지난해 KBS가 받은 신뢰도 수치는 23.9%로 조선일보(1.4%)와 TV조선(3.4%)을 합친 것보다도 무려 5배가 넘게 높다. 이런 KBS를 매일매일 시청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이 2000만명에 이른다는 게 닐슨코리아가 지난 5월에 새로 내놓은 수치이다.

이 같은 KBS에 대한 지속적인 중상모략과 선전선동의 피해자들은 누구일까? 바로 국민이다. 방만 경영과 편파 방송이라는 판박이 주홍글씨 앞에 지난 10년간 KBS의 제작비도 함께 축소돼 왔다.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KBS의 대하드라마는 2016년 ‘장영실’을 끝으로 5년 가까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공들여 키워온 유능한 PD들이 20여명이나 떠나갈 때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재방송은 10년 전에 비해 2배 수준으로 늘었다. 이 모두가 사실은 1981년 월 2500원으로 책정된 수신료가 지금까지 무려 40년간 동결된 결과이다. 광고 매출 등으로 수신료 공백을 그간 메워왔지만, 유튜브 등의 출현으로 광고시장마저 10년 전에 비해 대략 3분의1토막이 났다.

이제는 소모성 비난을 그만 멈추고 원칙으로 돌아가 생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방송법상 KBS는 국가기간방송(제43조)이다. 그리고 방송에 필요한 경비는 수신료로 충당(제56조)토록 규정돼 있다. 이게 원칙이다. ‘충당(充當)’의 충(充)자는 ‘가득 채우다’는 뜻이다. 이 경우 수신료는 현행보다 2배가 넘는 월 5300원이 필요하다. 사실 1981년에 도입된 수신료 2500원이 그간의 물가상승률에 따라 순리대로 올라왔다면, 지금쯤에는 9800원가량 되어 있어야 한다.

6년 전인 2015년 당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었던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수신료가 2500원으로 결정된 1981년의 물가지수를 비교해 보면 현재의 수신료 가치는 700원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최근 수신료 공론화 위원회에서 국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공영방송이 필요하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91.9%에 이르렀다. 공영방송은 필요하고,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게 원칙이다. 그것이 국민을 위하고, 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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