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중국을 넘을 수 있다

2021-07-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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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 시대' 연상시키는 中···전 세계 번지는 '반중정서'

혐중·반중보다···중국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해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정신적 우위' 차지해야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지난 7월 1일로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았다. 톈안먼 성루에 인민복을 입고 나타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톈안먼 광장의 열병식에 참여한 군인들이 붉은 중국공산당기를 손에 들고 단상을 향해 흔드는 모습은, 문화대혁명(1966~1976년) 당시 톈안먼 광장에 모여들었던 홍위병이 찬 붉은색 완장과 마오쩌둥 어록이 연상되는 섬뜩한 모습이었다.

◆ '마오쩌둥 시대' 연상시키는 中···전 세계 번지는 '반중정서'

미·중경제 전쟁의 수위가 높아가는 가운데 중국은 덩샤오핑으로 대표되는 실용주의(實用主義)의 '전(專)'이 아니라, 마오쩌둥으로 대표되는 사상이나 이념의 '홍(紅)'으로 급속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양복이 아닌 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주석의 모습도 이념을 강조하는 느낌이 강하다. 과거로의 회귀가 분명해 보인다.

중국은 공산당 창당 후 100년과 신중국 건국 후 100년인 ‘두개의 백년(兩個百年)’을 내세우고 ‘백년변국(百年變局)’의 역사 의식으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창당 100주년 되는 올해 절대 빈곤이 해결된 샤오캉사회(小康社會)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중국은 신중국 건설 100주년이 되는 2049년 부강하고 민주적이며 문명을 갖춘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반중정서’가 강하게 일어나고 있어, 중국이 직면한 도전은 만만치 않다.

홍콩·대만·시짱(티벳)·신장위구르·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물리적인 대응은 국제사회로부터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1일 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 미국 등 서구를 겨냥해 '중국을 괴롭히는 세력은 만리장성에 머리가 깨져 피가 날 것'이라는 경고도 정상적이지 않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를 겪으며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 중심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모델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대체해 국제사회의 지배체제가 될 가능성도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이 강경한 방식으로 자유와 인권을 훼손하고, 주변국에 대해 강력한 물리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러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반중정서’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시대정신으로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다. 반면,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은 증가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한국인이 반중 정서로 돌아선 것은, 동북공정으로 우리의 역사를 왜곡해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고, 한국의 주권 문제인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경제적인 보복을 가하고, 중국인 여행객의 한국 방문을 통제한 것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

◆ 혐중·반중보다···중국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해

우리의 이웃에 중국이라는 힘의 세력이 존재하는 것은, 위협이 아닐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 양질의 노동자와 풍부한 고급 인재, 다양성을 갖춘 산업 공급망, 핵보유와 군사력, 잘 훈련된 9500만명의 공산당원, 청년 기업가 정신 등 우리를 압도하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다.

중국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첫 걸음은 우선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을 미워하는 ‘반중정서’ 만으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일부 인사들이 이야기하는 중국이 얼마 못 가서 패망할 것이라는 예측은 쉽게 실현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중국은 수천년 동안 나름대로 두텁게 쌓여 있는 철학과 인문학적 배경을 가진 나라다. 중국 공직자에 대한 교육과 검증시스템은 엄청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 목표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과 청사진도 무시 할 수 없다.

중국에는 맹목적 국수주의자들도 많지만, 미국이나 서방에서 공부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애국자도 많다. 그들은 한국을 경쟁 상대로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중국을 가볍게 보아서는 그들을 대적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이 힘과 물리력으로 우리를 대한다고 해서, 우리가 힘으로 저들과 정면대결하는 것은 지혜로운 방법이 아니다.

◆ 인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정신적 우위' 차지해야

우리의 고구려 역사를 가로챈 동북공정에 대한 강력한 항의, 사드 배치에 대한 압력 철회 요구, 서해안의 우리 영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대처, 한국을 탐지 대상으로 하는 중국내 장거리 레이더 철수 요청, 3불(三不,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사드 추가배치·한미일 군사동맹 가입에 대한 부정) 합의의 파기, 홍콩 등 인권 훼손에 대한 정상화 요구 등 중국의 비정상을 강하게 압박하는 ‘수평적 대중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한국의 토종 견(犬) ‘진돗개’ 정신으로 한번 물면 끝장을 보는 실천이 더 필요해 보인다.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원천은 포용, 배려, 인권, 자유민주주의, 평등 등 인류 보편의 가치에 목표를 두고 정신적인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유래하였다는 소수의 질 낮은 중국인들이 올리는 댓글에 화를 내서 대응하는 ‘댓글 싸움’ 따위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우리는 중국과 달리 동양의 철학이나 사상을 이해하면서도,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권력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서양 사상을 받아들여 내재화하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나라다.

동서양의 음악을 소화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음악과 춤을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BTS, 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한국 TV·드라마, 세계 5대 무역국, 가전 산업과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능력은 한국이 만만한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중국의 번영이 무조건 미국이나 서방에 손해가 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서양의 것이면 무턱대고 숭상하거나 편드는 모양주의(慕洋主義)는 주체적이지도 않고, 양면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의 발전이 세계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을 수 있다. 미국과 중국 같은 중요한 경제대국이 상호보완적으로 움직인다면, 국제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있다. 다만, 중국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가능하다. 중국을 제대로 알아야, 중국을 넘을 수 있다.

(조평규 중국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조평규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단국대 석좌교수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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