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부담이 적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에게 든든한 음식으로 평가받는 토스트. 이 토스트로 19년 외길을 달려와 국내 토스트 브랜드 1위가 된 '이삭'이 햄버거 시장에 진출했다. 이삭은 지금까지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아 고객 충성도와 브랜드 파워를 높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제버거를 기반으로 한 고급화 전략을 들고나왔다. 이삭은 지금까지 토스트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오랜 시간 연구·개발해 이삭버거를 선보인다고 했다. '19년 노하우'가 담긴 이삭버거를 기자가 직접 먹어봤다.
이삭버거는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신사역 키친점을 열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오픈 이틀째인 20일 오후 4시께. 점심도 저녁도 아닌 애매한 시간이지만, 토스트 전문점이던 이삭이 햄버거도 만든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매장 안은 손님들로 만석이었다. 이삭버거가 선보인 메뉴는 이삭 시그니처, 클래식, 머시룸비프 등 모두 12가지다. 이날은 이삭 시그니처 세트를 주문했다.
이삭 시그니처 세트는 7800원, 단품은 6000원이다. 햄버거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최근 존재감을 드러낸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의 대표 메뉴 'NBB 시그니처' 세트가 5300원인 점을 고려하면 다소 비싸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삭버거가 수제 버거 전문점으로 고급화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다른 수제 버거 전문점과 가격을 비교하면 저렴한 편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미국 프리미엄 수제버거 '쉐이크쉑'의 대표 메뉴 쉑 버거는 단품만 6900원이고, 콜라와 감자튀김까지 추가하면 1만3500원이다. 이에 비하면 이삭버거 세트 가격은 절반 수준이다.
양상추 위로는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은 토마토가 얹혀 있어 신선한 채소를 곁들인 '든든한 한 끼' 느낌을 준다. 100% 순 소고기로 만든 패티는 묵직하게 채소를 눌러주고 있으며, 그 위로 바싹하게 구워진 베이컨이 길게 늘어져 내용물을 단단하게 고정한 모양새다.
한 입을 베어 무니 푹신한 빵의 고소함이 인상적이다. 이삭버거는 일반 햄버거 빵 대신 브리오슈 번을 택했다. 브리오슈 번은 빵 반죽에 버터와 달걀을 넣고 만들어, 부드럽고 단맛이 난다. 따라서 일반 햄버거 빵보다 풍미를 살려준다.
한 입 더 베어 무니 소고기 패티가 머금은 육즙이 채소를 타고 뚝뚝 흐른다. 이삭버거는 '어니언 스매시드(Smashed) 방식'으로 패티를 만든다. 뜨거운 그릴 위에 소고기와 양파를 올려 고열로 으깨듯이 굽는 방식으로 소고기 육즙을 꽉 잡아 겉은 바삭하면서도 안은 촉촉하다. 소고기에 밴 육즙이 터져 야들야들한 떡갈비를 먹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햄버거에 빠질 수 없는 감자튀김은 구불구불하게 잘라내 겉은 바삭해 보이는 황갈색에 속은 부드러운 식감이다. 쉐이크쉑의 크링클 컷 감자튀김에 바삭한 식감을 지닌 맘스터치 케이준 감자튀김을 하나로 합친 모습이다. 저녁 약속이 있어 맛만 보려 했던 계획은 빗나갔고, 햄버거 세트의 모든 음식을 싹 먹고 접시를 비웠다.
이삭이 버거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소비자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햄버거 시장이 포화 상태인 점을 고려할 때 선발주자를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의견과 이삭이 가성비와 가심비(가격대비 만족도)를 모두 잡아 온 만큼 햄버거도 기대된다는 반응이다.
어찌 됐든 햄버거 마니아들에게는 제품을 고르는 선택권이 넓어지고, 저렴한 가격으로 수제버거를 먹을 수 있으니 이득이다. 이삭버거 관계자는 "오랜 시간 준비한 수제버거 브랜드다. 정성스럽게 만든 홈메이드 버거로 모든 고객에게 수준 높은 경험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삭버거에서 햄버거를 먹은 뒤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추첨을 통해 이삭버거 세트 메뉴 교환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