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디시갤 '길고양이 학대' 겁 없던 이유 있었네

2021-07-1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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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학대 전시하는 커뮤니티 처벌하라" 국민청원 7만명 이상 동의

동물 학대로 입건돼도 절반 이상이 불기소 처분…정식 재판 청구는 2.7%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으로 분류돼 동물 학대 발생해도 재물손괴죄만 인정

법무부, '동물=비물건화' 민법 개정안 마련에 동물보호단체는 반기는 분위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길고양이를 학대하거나 잔혹하게 죽인 뒤 전시품처럼 진열한 사진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자 동물 학대를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물보호단체는 동물을 물건으로 간주하는 현행법이 동물 학대를 끊임없이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법상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해 동물 학대 행위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개설된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는 현재 글을 읽거나 쓸 수 없는 상태다. 개설 용도와 다르게 이용했다는 이유로 디시인사이드 측이 접근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갤러리에는 지퍼백에 길고양이를 넣어 질식해 죽이거나 길고양이 학대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여러 차례 올라왔다. 게시물은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퍼졌고 결국 지난 7일에는 해당 갤러리를 처벌해달라는 국민청원이 등장했다.
 

[사진=디시인사이드 '길고양이 이야기 갤러리']

 

'길고양이 학대를 전시하는 커뮤니티를 처벌해 주십시오'라는 청원을 쓴 글쓴이는 "(해당 갤러리는) 길고양이를 잡아 학대하거나 죽인 뒤 인증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고양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행위에 쾌락을 느낀다며 물고문과 무차별 폭행을 일삼는다. 심지어 학대에 점수를 매긴다"고 썼다. 또 "선진국이면 뭐하나. 동물 권리는 후진국보다 못하다. 고양이 학대를 멈춰달라"고 당부했다. 이 청원은 19일 오후 2시 기준 7만6000명이 동의했다.
 
매년 동물 학대 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는 커지고 있지만, 학대당하는 동물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경찰청에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0년 69건이었지만, 2019년에는 약 10배 이상 불어나 914건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동물 학대 행위로 동물보호법을 어긴 이들이 받은 법적 처벌은 솜방망이에 불과했다. 시민단체 동물자유연대가 내놓은 '동물 학대 대응 시 수의법의학의 필요성' 보고서를 보면 2016~2020년까지 동물 학대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이들은 3398명. 이 중 정식 재판이 청구된 피의자는 2.7%(93명)에 불과했다. 반면 증거 불충분 등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이들은 51.2%(1741명)로 절반을 웃돌았다.

동물 학대 처벌이 미미한 이유 중 하나로는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현행법이 꼽힌다.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중 동물은 유체물에 해당해 물건으로 본다. 즉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인 경우 형법상 '재물손괴죄'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면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민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특별한 법률에 따라 보호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물을 물건으로 정의한 민법을 손봐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법무부도 이를 반영한 민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19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을 그 자체로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2018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89.2%)이 민법상 동물과 물건을 구분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정 심의관은 "법이 개정되면 동물 학대 처벌과 동물피해에 대한 배상 수위도 국민 인식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한 가해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하는 법안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무부가 동물과 물건을 구분하기로 한 민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자 동물보호단체는 반기는 분위기다. 동물이 민법상 물건이 아닌 독자적인 법적 지위를 가지게 되면 동물을 죽이거나 다치게 할 경우 지게 되는 민·형사상 책임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민법 개정으로 동물의 삶을 개선하고 우리 사회에서 (동물이) 공존하는 대상이라는 점을 깨닫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 동물의 비물건화는 동물 생명 보호와 복지를 높이는 동물법 체계 정비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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