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성공신화] 이수진 야놀자 대표, 모텔 종업원에서 수조원대 자산가로

2021-07-18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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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 [사진=야놀자 제공]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네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여섯 살엔 어머니가 집을 떠났다. 이후 할머니 밑에서 농사일을 도우며 컸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 한글도 떼지 못했다. 실업고와 전문대를 졸업한 뒤 찾은 첫 일터는 모텔이었다. 무일푼인 그는 숙식을 제공받는 조건으로 모텔에서 청소와 관리 등을 도맡았다. 

그렇게 숙박업계에 첫발을 뗀 그는 어느새 10조 원에 달하는 기업을 이끌고 있다. 국내 1위 숙박·여행 플랫폼 ‘야놀자’의 이수진 총괄대표(43) 이야기다. 야놀자가 최근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으면서 모텔 종업원 출신 ‘흙수저’ 창업가인 이 대표의 성공 신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흙수저 창업가, 수조원대 자산가가 되기까지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지난 15일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총 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로 야놀자는 10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데카콘 기업(기업가지 10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이 됐다. 2019년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2000억여 원을 투자받을 당시 기업가치가 1조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몸값이 10배로 뛴 셈이다.
비전펀드는 당초 예상 규모인 1조 원 보다 2배 많은 2조 원을 야놀자에 투자했다. 이로써 야놀자의 지분 20% 이상을 확보한 2대 주주에 올라선다. 야놀자의 최대 주주는 이 대표와 특수관계자로 지분 41.62%(2019년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덩달아 이 대표의 재산도 불어나며 그는 흙수저 창업가에서 수조 원대 자산가로 거듭나게 됐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계의 대표적인 흙수저 출신으로 꼽힌다. 그가 모텔 종업원으로 일하던 2004년에 만든 온라인 커뮤니티 ‘모텔 이야기’가 야놀자의 출발점이다. 이 대표는 당시 모텔에서 일하며 느낀 점을 적어 커뮤니티에 올렸고 이에 모텔업 종사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구인·구직 정보나 숙박업에 필요한 물품 거래가 오가면서 1년 만에 가입자 수는 1만 명을 넘겼다.

이 대표는 여기서 사업 가능성을 확인했다. 수익 모델만 있다면 커뮤니티를 통해 사업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이듬해인 2005년 당시 회원 수 20만 명이던 커뮤니티 ‘모텔투어’를 인수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야놀자를 창업했다. 이때부터 숙박 중개 서비스도 본격화했다. 소비자들에게 숙박 시설 정보를 제공하고 업주에겐 광고 채널을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했다.
 
모텔을 ‘노는 공간’으로… 1500만 명 끌어모은 비결
 

[사진=야놀자 ]

이 대표는 음지의 영역에 머물던 모텔을 양지로 끌어올리고 모텔이 ‘노는 공간’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이전까지 모텔은 유흥업소와 연계해 음성적으로 영업하는 공간이나 불륜의 온상지라는 색안경이 씌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객실 내부 사진이나 부대시설에 대한 정보를 공개했고 차츰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사라졌다.

2011년부터는 호텔얌, 호텔야자 등의 브랜드를 만들어 숙박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야놀자는 총 6개 브랜드, 300여 개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숙박 시설엔 주차장 가림막이 없고 객실 내에 성인방송 채널이 나오지 않으며 성인용품을 기본 비품으로 비치하지도 않는다. 이 역시 모텔의 ‘러브호텔’ 이미지를 지우려 했던 이 대표의 실험이다.

이후 야놀자는 모텔뿐 아니라 펜션, 호텔, 해외 숙소까지 숙박 예약 서비스를 확대했다. 나아가 발 빠른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꾸준히 넓혔다. 현재는 숙박뿐 아니라 교통·레저·레스토랑 등 각종 놀이와 여가를 아우르는 슈퍼앱으로 발돋움했다. 국내 가입자는 1500만 명이며, 한 달에 한 번 이상 야놀자 앱을 이용하는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380만 명에 달한다.
 
모텔앱에서 여행 슈퍼앱, 이젠 IT 기업으로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놀자는 단순히 온라인여행사(OTA)가 아닌 정보기술(IT)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객실관리시스템(PMS) 분야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PMS는 예약, 입실·퇴실, 객실 배정, 요금 청구 등 호텔 업무를 비대면으로 디지털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말한다.

야놀자는 2017년 PMS 사업을 시작했고 국내 PMS 기업 가람과 씨리얼에 이어 인도의 이지 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면서 세계 2위 PMS 업체로 올라섰다. 수동 설치형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 시장에서는 1위 사업자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170개국, 3만여 개 호텔‧레저‧레스토랑을 거래처로 두고 있다. 덕분에 야놀자의 지난해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 신장한 11조6000억 원을 기록했다.

야놀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1920억 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해외 매출까지 합치면 30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은 161억 원을 기록해 전년 62억 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로 여행업계 전반이 부진의 늪에 빠진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서울 강남구 야놀자 사옥. [사진=야놀자 제공 ]

 
야놀자, 제2의 쿠팡 되나… 미국 상장 여부 ‘주목’

비전펀드 역시 IT기업으로서 야놀자의 잠재력에 주목한 것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큰 손’으로 국내에서는 △쿠팡(30억 달러) △아이유노미디어(1억6000만 달러) △뤼이드(1억7500만 달러) 등에 투자했다. 야놀자는 손 회장이 낙점한 국내 4번째 기업이며 투자금액 규모로는 쿠팡 다음 2번째다.

야놀자는 이번 투자유치금을 기술 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자동화 솔루션, 빅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서비스 등을 고도화해 진일보한 글로벌 여행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글로벌 1위 호스피탈리티 테크기업이자 여행 슈퍼앱으로서 변화를 선도하겠다”며 투자 유치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쿠팡처럼 미국 증시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투자한 이상 기업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며 “에어비앤비가 상장해 100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놀자도 승산이 있지만, 에어비앤비와 어떻게 차별화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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